오늘은 아침부터 스산하니 개운찮은 날이긴 했다.
지인들이 산에 오르자는 것도 마다하고 집에서 죽치기로 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냥 집에서 있자니 허전하기도 하려니와
괜시리 애꿎은 곡주만 없애버릴 것같은 불길한 예감에 길을 나섰다.
그저 정처없이 가다보니 어느새 화력발전소부근의 소위 똥골낚시터에 다다랐다.
가까운 곳이라 예전엔 자주 찾던 곳이었으나
물이 더러운 듯하여 근래엔 아예 대를 담궈보지도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 스산한 날씨에도 삼삼오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더라.
심심풀이로 카메카에 몇 컷 담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며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더라구.
잽싸게 차에 올라 대명리쪽으로 달리며 이놈의 날씨가 왜 이모냥이야! 하며
난 하릴없이 씨부렁대며 짐짓 화난 체 했다.
그 유명한 홍염천이 있는 약암관광호텔을 지날 때 쯤 아내를 쳐다보니
우선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그때부터 비는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건 봄의 훼방꾼이 고의적으로 시샘하는 게 분명한 고약한 날씨다.
호텔을 지나 우회전하여 대곶사거리 방향으로 약 2Km 쯤 가면
가끔 들르던 옛날두부집이 있다.
이집은 100% 순우리콩으로 현지에서 직접 두부를 만든다.
(국보966옛날두부, 대곶신사거리 → 대명포구 방향,
이미 주차장 앞줄엔 차량으로 꽉 찼고 홀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토속순부두를 먹고 나오니 눈은 그쳤으나 내차는 이미 다른 차랑에 포위된 채 갖혀있더군.
그러나 주차관리요원의 숙달된 솜씨로 어렵지않게 금세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짜로 제공하는 비지를 한 봉지 챙긴 아내는 그냥 집으로 가자 했다.
궂은 날씨로 심기가 불편했던 나도 내심 바라던 터라 역순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인삼막걸리 1통(5000원)을 챙기는걸 잊지 않았다.
마침 당첨 상품권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이마트에 들러 그 몇배나 되는 물건을 사들고 왔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아까운 세월이 하염없이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Marino Marini, Ciccio O Pisca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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