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절에 산악인 엄홍길의 라디오 인터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세 번씩이나 실패했던 히말라야 로체샤르에 네 번째 도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산악인이 히말라야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일까?
솔직히,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이
내겐 그저 무덤덤할 뿐 크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아니 많은 사람들의 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줄 안다.
내가 충격을 받은 말은 그다음에 나왔다.
사회자가 물었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입니까?>
<예, 지금 청계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같은 큰 산에 비하면 쉽겠네요?>
<그렇지 않아요. 크던 작던 산은 다 힘듭니다. 지금 힘들게 오르고 있습니다>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상황을 버티고 선 대산악인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였다.
북한산도 아니고 겨우 청계산을 오르면서 힘들다니...
아, 그렇구나!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도 했다.
그렇게 간단한 걸 나는 왜 여직까지 잊고 살았을까?
<더 겸손해지기 위하여 산에 오른다>는 큰 산악인 엄홍길로부터
올 삼일절에 소중한 한 수를 배웠다.
오는 3월8일 장도에 오르는 그의 앞길에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