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곳에...

전화통신, 닭살 돋는 남백송+심연옥...

지요안 2011. 3. 5. 10:43

 

요즘에야 흔하디흔한 게 전화라지만 예전엔 전화기가 부의 척도로 여길 정도로

전화기 한대 개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품귀현상인 시절도 있었지.

우리나라에 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5.16군사정부 이후부터인데

수요자는 많은데 비하여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니 전화적체현상이 벌어졌다고.


전화기가 투기의 대상이 되어 권력가들은 전화국직원과 결탁하여 전화가입권을 따냈고

이를 힘없는 일반 실수요자들이 웃돈을 주고 사야만 했던 것이라는데...

궁여지책으로 1970년 9월 전기통신법을 개정하여 법 개정이전의 전화기를 '백색전화',

법 개정이후에 공급되는 전화를 '청색전화'로 구분하여 매매를 금지시켰단다.

즉, 기 보급된 백색전화는 매매를 허가했으나 청색전화는 매매를 금지시켰던 것인데

재미있게도 가입전화의 기재사항 원부의 색깔이 각각 백색과 청색이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아무튼, 개개인에게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된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된 집전화이지만

백색전화, 청색전화를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리라...

급격한 디지털화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무례한 전화통신이 만연한 요즘인데

적어도 예전 아날로그 시절엔 그러한 꼴불견 전화통신은 생각할 수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당시엔 눈총깨나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는

아주 흥미로운 노래가 있어 소개해 보는데 이름하야 <전화통신>이다.

 


전화통신

(작사 천봉, 작곡 한복남, 노래 남백송+심연옥)

- 대사 -

-여보세요, 절 사랑하신다구요? 아휴, 그게 정말인가요?

 네? 아니 뭐라구요, 저하고 결혼하자구요?

어머!

내달에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자구요?

아휴, 어떻하면 좋아...

저, 며칠 두고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이봐요, 미스 김 그 전화는 통화가 안 될 텐데, 아침부터 고장이 나 있었단 말이야.

-알고 있어요, 다만 그런 전화를 받는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 한 번 그래 본 거예요.


1.

여보세요, 미스 김 안녕하세요 / 여기는 청파동 청년 박이요

지나간 일요일은 약속한대로 / 하루 종일 극장 앞에 비를 맞으며

기다리게 하였으니 고맙습니다

2.

여보세요, 박 선생 오해마세요 / 남의 속 모르는 무정한 말씀

지나간 일요일은 감기몸살에 / 하루 종일 빈방에서 쓸쓸히 홀로

여자 마음 몰라주니 야속합니다

3.

여보세요, 미스 김 정말 미안해 / 아니요 박 선생 천만의 말씀

닥쳐올 일요일은 단둘이 만나 / 아베크는 대천바다 인천월미도

젊은 날의 전화통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