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시에선 그런 정겨운 모습이 사라지고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지만
예전 해질 녘 가을하늘에선 기러기 떼가 줄지어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하였지요.
아무튼, 우리의 정겨운 노래 중에도 이 기러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곤 하는데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로 시작하는 노래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 노래의 배경엔 아주 슬프고도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바로 청록파시인으로 유명한 박목월시인의 사랑이야기랍니다.
잘생긴 박목월시인을 사모하던 어린 제자의 막무가내 대시의 결과로
어이없게도 제주도로 둘이서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였다는군요.
들리는 말로는, 어느 날 부인 유씨가 제주도로 시인을 찾아가서
손수 지은 두 사람의 옷과 생활비를 건네주고선 말없이 돌아왔답니다.
그런 아내 유씨의 애절한 사랑과 지극한 정성에 감복한 박목월시인은
넉 달 만에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고 이때 이 노래가 지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어린 여인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풋사랑이 되고 말았지만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슴 저린 일이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이 가을이 쓸쓸함이 묻어나는 계절임은 분명할 테지만
시인과 같이 거창한(?)사랑 한번 해보지 못한 성실하고 착한 우리들까지
덩달아서 쓸쓸한 척 할 필요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추기>
오늘새벽에 윗글을 올려놓고 06:30분 새벽미사 다녀오는 길에
윗글이 무색할 정도로 도심에서 아침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를 목격했기에
올려놓았던 자료사진을 삭제하고 대체하여 올려놓았음을 밝혀둡니다.
여러 무리의 기러기 떼가 대형을 이루고 아침하늘을 무리지어 나는 풍경,
참으로 장관이었답니다...^^
이별의 노래
(박목월 시/ 김성태 곡/ 안산시립합창단
1.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2.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3.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오늘아침 휴대폰으로 촬영한 기러기 떼 사진
↓아파트베란다 방충망에서 잠을 자는 잠자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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