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곳에...

어떤 말씀, 세태를 풍자하던 코믹듀오 쉐그린...

지요안 2010. 11. 20. 10:46

 

6~70년대 남성 포크듀오였던 쉐그린을 기억하시나요?

내가 아는 쉐그린이태원전언수로 이뤄진 듀오로 기억되는데

당초엔 포크계의 거목 조동진 등이 참여한 5인조 락그룹으로 출발했다고 하네요.

'동물농장' 등 코믹포크송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해체를 하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지요.

 

이태원은 솔개, 고니, 타조 등 소위 새(鳥)시리즈로 다시 스타덤에 오르고

전언수는 친형 전항과 함께 새샘트리오란 팀으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암울했던 시절 코믹한 이미지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쉐그린

이제 추억 속에서만 만나게 되는군요...

 

장발이면 죄다 히피족으로 간주하며 퇴폐풍조를 일소한다 하여

어이없게도 가위를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무차별 장발단속을 벌이고

30cm 자를 들이대며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경찰관들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겠지만

직접 당했던 젊은이들의 쓰라린 모멸감과 자괴감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당시 유신체제하에서 갖은 제재로 짓눌려 있던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린 쉐그린의 <어떤말씀> 들어봅니다.

참고로, 쉐그린은 영어로 Shagreen으로 쓰며 사전을 찾아보니

1.섀그린 가죽, 도톨도톨하게 다룬 가죽 2.상어 가죽(연마용)이라고 쓰여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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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씀

(백순진 사, 곡)

 어머님의 말씀 안 듣고 머리 긴 채로 명동 나갔죠

내 머리가 유난히 멋있는지 모두들 나만 쳐다봐

바로 그때 이것 참 큰일 났군요 아저씨가 오라고 해요

웬일인가 하여 따라갔더니 이발소에 데려가 내 머리 싹둑

 

어머님의 말씀 안 듣고 짧은 치마 입고 명동 나갔죠

내 치마가 유난히 멋있는지 모두들 나만 쳐다봐 (뭘봐)

바로 그때 이것 참 큰일 났군요아저씨가 오라고 해요

웬일인가 하여 따라갔더니 그 다음은 말 안 할래요

여러분도 이런 봉변당하지 말고 어서 머리 깎으세요 (머리깎어)

여러분도 이런 큰일 당하지 말고 어서 긴 치마 입으세요

 

어머님의 말씀 안 듣고 머리 긴 채로 명동 나갔죠

내 머리가 유난히 멋있는지 모두들 나만 쳐다봐

바로 그때 이것 참 큰일 났군요 아저씨가 오라고 해요

웬일인가 하여 따라갔더니 이발소에 데려가 내 머리 싹둑

여러분도 이런 봉변당하지 말고 어서 머리 깎으세요 (깎어깎어)

여러분도 이런 큰일 당하지 말고 어서 긴 치마 입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