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풍진 세상 즐겁게...

루이14세 시집보내기...

지요안 2010. 4. 4. 16:42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다 보니 여느 술은 도무지 눈에 차지 않더라...

오죽하면 예전에 마시다가 내버려둔 43% 스코틀랜드산 'Cutty Sark'란 위스키가

아직까지도 3센티만 남은 채 20년은 족히 저렇게 외롭게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내겐 프란치스코의 친구가 선물이라고 가져온 40% '루이14세'란 브랜디와

40% 'Lancelot'란 12년된 스카치위스키가 먼지만 뒤집어쓴 채 수년째 장식용으로 있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저 물건들은 내 것이 아니라 여겨져 시집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하고

부활절을 맞아 지난주부터 제 주인에게 시집보내려는 행동을 개시했다.

우선, 왠지 싼 것 같아 보이는 500ml Lancelot는 놔두고 

조금 고급스럽게 보이는 루이14세를 먼저 시집보내기로 했는데.....

가장 적임으로는 늘 외롭게 독수공방할 것 같은 홀아비이신 우리 신부님,

아무리 영적으로는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으셨을지라도 하느님께서 보시기엔

보잘것없는 하나의 인간임이 분명할 터이기에 그분께 시집보내려는데

성주간(聖週間)으로 워낙 중대한 부활절행사를 앞둔 바쁜 시점인지라 면담이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신부님을 면담하면서 조심스레 전해드렸더니

'저 이거 참 좋아합니다'하며 흔쾌히 받아주시기에 쑥스럽던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해졌다.

아무튼, 외롭게 먼지만 쓴 채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루이14세

역시 외로움을 탈 것으로 여겨지는 제 주인을 찾아 마침내 시집을 간 것이다.

사랑하는 멋장이 우리 신부님! 적적하실 때 한잔씩 드시며 외로움을 달래십시오...^^

 

가곡, 사월의노래

 부활계란과 바닥만 남은 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