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어처구니없는'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엄기영...

지요안 2011. 4. 19. 10:26

 

현재까지 한나라당 강원도시사 후보인 엄기영 전 MBC사장이 최문순 민주당후보를

10%이상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그러나 겉과는 달리 그에 대한 정치권 시선, 특히 여당은 물론 보수진영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데다가 야당의 공격으로 사위가 막힌 사면초가에 몰린 형상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깨끗한 이미지와는 달리 전방위로 뭇매를 맞고 있으며

일각에선 그를 소신도 없는 기회주의자로 혹평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MBC앵커시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던 멘트를 날리던 그의 말대로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에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인으로 나선 엄기영에 대한 몇몇 기사의 제목을 뽑아보니 참 재미있다.

 

                          - 정치인 엄기영, ‘어처구니없는~’ 유행어 역풍 - 미디어투데이

                     - 조중동 “엄기영, 욕심에도 염치는 있어야” - 미디어스

                     - 與에서도 환영 못하는 엄기영·김태호 - 투데이코리아

                     - [사설]엄기영씨가 도지사로 부적격인 이유 - 경향신문

                     - ‘굴욕’ 자초한 엄기영 춘천행 - 미디어오늘

                     - 한나라당 엄기영 영입…보수신문 "어처구니 없다" - 미디어오늘

                     - [서소문 포럼] 엄기영의 염치 - 중앙일보

                     - MBC 후배 아나운서들 "엄기영, 부끄럽고 섬뜩" - 매일경제스타투데이

                     - 진중권, "엄기영, 70년대 귀순용사 같다" 비난 - 마이데일리

                     - 엄기영, 보수에서도 '뭇매'…어쩌나 - 아이뉴스

                     - 조갑제 "공적 1호 엄기영 영입, 창녀 윤리도 없는 한나라당" - 미디어투데이

 

■펌글

 

[서소문 포럼] 엄기영의 염치

(입력 2011.03.03 20:08 / 수정 2011.03.04 00:43 - 중앙일보)

 

나는 한때 그를 좋아했다. 광대뼈가 보이는 얼굴도 좋았다. 무엇보다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힘있는 사람들을 향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고 일갈하면 카타르시스마저 느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인기 있는 앵커였다.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2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시·도지사 후보가 될 수 있다. 1951년생 엄기영 전 MBC 사장이 4월 27일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건 그래서 적법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출마 예정자들 중 지지율이 무려 42.2%(리서치뷰 2일 조사)다. 경쟁 후보와 차이가 제법 나는 1위다.

그런 엄 전 사장이 2일 강원도 춘천의 한나라당 사무실을 찾아가 입당했다. 역시 법적 하자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당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런데 개운치 않다. 몇 가지 기억이 아드레날린의 원인이었다. 2009년 6월 19일 검찰은 광우병 쇠고기를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사퇴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엄기영은 임원회의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 퇴진을 어떻게 말하느냐. 진퇴는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통박했다.

 

여권과 엄기영의 악연은 계속됐다. 한나라당 초선 40명은 나흘 뒤인 6월 23일 집단성명을 냈다. PD수첩과 관련, MBC 최고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엄기영은 버텼다. 7개월 넘게 버티다가 지난해 2월 8일에야 사퇴했다. 회사를 나서며 그는 노조위원장의 손을 잡고 “정권이 길들이려 할 것이다. 그때마다 비판정신을 늘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서였을까. 정치권의 제의가 쇄도했다. 특히 민주당은 몸이 바짝 달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를 후보로 영입하려고 당 대표 등이 문지방이 닳도록 찾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언론인으로 남겠다”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에지 있는’ 거절이었다.

사람이 욕심을 버리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법정 같은 큰스님조차 애지중지하던 난초를 남에게 준 뒤에야 비로소 집착을 버릴 수 있었다고 『무소유』에서 고백했다. 하물며 무릇 사람들이야…. 더구나 그 욕심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걸 포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하지만 욕심에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 엄기영은 출마선언문을 쓰면서 수많은 고민을 했을 거다. 고민의 결과는 이랬다. “MBC 사장까지 하고 나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강원도를 위한 것이다. 강원도민을 위한 선택이다. 강원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자원을 모아야 하는데 정부·여당의 전폭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

 

비겁하다. 그는 ‘내가 출마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강원도민 핑계를 댔다. “원래 내가 있을 곳은 한나라당”이라고 하느니만 못했다.

6·2 지방선거에서 10명의 야당 시·도지사를 뽑아 준 국민에게 정치인 엄기영은 뭐라고 말할 건가. 그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강원지사에 당선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만의 하나 당선된 뒤 2012년 대선에서 여당이 바뀌면 어떻게 할 건가. 출마선언문대로라면 그는 당적을 바꿔야 한다.

 

더 딱한 건 이런 ‘엄기영 당원’을 맞는 한나라당이다. 원수처럼 미워하고 쫓아내려 했던 사람들, 집단성명까지 냈던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괜찮다는 게 실용인가.

 

정치인들이 자주 욕을 먹는 건 정치인 자체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술수’를 부려야 하는 무대가 공개돼 있어서다. 진흙탕 게임을 생방송하는 게 정치다. 그래서 정치에 감동이 없고 염치가 없으면, 추한 협잡과 술수만 남는다. 주연배우 엄기영이 등장한 한국 정치의 단막극은 앵커 시절 그의 멘트처럼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다.

 

[박승희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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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엄기영씨가 도지사로 부적격인 이유

(입력 : 2011-03-03 21:21:09ㅣ수정 : 2011-03-03 21:21:09 - 경향신문)

 

지난해 2월 엄기영 MBC 사장이 전격 사퇴할 때 우리는 ‘방송장악의 완결판이라고 보면 오산이다’란 사설을 통해 그의 사퇴가 방송장악을 노리는 집요한 기획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정권이 진작부터 MBC를 손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친여인사들로 물갈이되면서 엄 사장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사장 사퇴는 MBC 친정체제 구축이 아니라 국민적 저항의 시작이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엄 사장은 회사를 떠나면서 노조원들에게 “MBC를 지켜달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엄 사장 후임의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노조는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맞서 파업을 벌였고 노조원 여럿이 징계를 당했다.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은 지금도 해고 상태로 있다.

 

엊그제 엄 전 사장은 한나라당에 입당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엄기영씨는 입당 이유를 강원도와 도민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더 큰 정치, 힘 있는 정치를 위해 후보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변절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궤변을 끌어들인다는 것을 엄씨의 경우에서 확인한다. 그는 현 정권에 의해 쫓겨났음에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의 명분 논란에 대해 “쫓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자유는 소중한 가치인데 그것이 좌절돼 사퇴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말장난 수준의 궤변이다. 그의 사퇴는 언론자유, 방송독립 위협에 대한 항의 아니었나. 쫓겨난 게 아니므로, 내 발로 나갔으므로 야합도 떳떳하다는 식의 치졸한 논리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언론, 방송환경은 더 악화되었다. 공영방송 지키기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정권 방송장악의 대표적 희생자로 꼽히는 그는 힘 센 그 정당에 투항하며 언죽번죽 언론자유를 운위한다.

 

엄씨는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큰 정치, 힘 있는 정치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명분이다. 반 년 전 주소를 춘천으로 옮기고 동계올림픽 유치위에 참여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며 출마선언 시기를 엿보는 행태, 그런 것은 실리추구가 아니라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그런 도량으로는 강원도의 권익을 지켜내는 도지사직을 수행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본다. 자기 합리화에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 예리한 판단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현직 언론인들에게 모멸감을 안긴 죄도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