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계양산에 올랐다.
어제의 송년회 영향으로 몸이 고달픈 가운데 가까운 산이라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계양산, 그대가 있음에 진정 감사한다.
아무튼,
새벽미사는 엄두도 못내고 느즈막히 일어나 계산동성당의 11시 미사를 겨냥하고 80번 버스에 올랐다.
미사 후 12시가 넘어서 계양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엊그제 내린 눈의 흔적이 아직 응달에는 남아있었고, 양지쪽에선 녹아서 땅이 질척질척 하였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지만 요즘의 마리아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그런만큼 아주 가볍게 정상에 도착하여 인스턴트 믹스커피에 크림빵 한 개로 둘이서 요기를 하였다.
하산은 검암동쪽인 서북쪽으로 하기로 하고 약 300미터쯤 내려왔을 때다.
갑자기 마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지고 말았다.
음지이다 보니 엊그제 내린 눈이 남아서 상당히 미끄러웠던 거다.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신음하며 옴짝달싹 꼼짝을 못한 채 그렇게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빨리 119구조대를 부르라고 야단들이었다.
그렇게 약 20여분 앉아있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구조대는 부르지 않아도 될 듯 싶었으나 마리아는 허리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내의 상태가 아무래도 이 코스는 무리인 듯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쉬운 길로 내려가라고 권고하였다.
그래서 내려왔던 길을 도로 올라가서 계양문화회관 코스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 코스는 남향이기 때문에 완전히 마른 땅이어서 미끄럽지는 않지만 좀 가파른 편이고 길었다.
약 900여 미터밖에 안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느린 템포로 하산하다 보니 상당히 길게 느껴진 모양이다.
15:40분 경 계양문화회관에 도착하여 마을 버스를 타고 작전역에서 내려 80번 버스로 갈아 타고 귀가했다.
덕분에 빨래며 설겆이며 집안의 잡다한 모든 것이 몽땅 나의 몫이 되었음을 물론이다.
지금 아내는 통증으로 허리를 전혀 쓰질 못하고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
오늘의 사건에서 겨울철엔 필히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함께
값진 교훈을 얻기에 충분한 계양산행이었다.
*배경음악은 'Engelbert Humperdink'의 'Winter World of Love'
<계산동성당>
<연무정코스로 오르는 길>
<잘 정돈된 돌계단>
<새로 정비된 계성정>
<드디어 정상 도착 일보 전>
<계양산 정상 표지석에서>
<멀리서도 보이던 철탑>
<20년 전에도 있었던 정자>
<이 약수터도...>
<엉금엉금 드디어 하산, 고생했소!>
<산에 오르는 길도 중앙분리대가 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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