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 저 뱃멀미 안 해요 >

지요안 2022. 1. 25. 16:49

-우와~ 선장님요, 저 좀 봐요, 파도가 아무리 허공을 쳐도 갈매기를 못 잡네요?
-갈매기는 높고 가벼웅께.
-우와~ 선장님요, 저 좀 봐요, 아무리 쳐도 파도가 바위섬을 못 이기네요?
-바위섬은 낮고 무거웅께.
-거~참, 그럼 파도를 이기려면 높고 가벼워야 돼요, 낮고 무거워야 돼요?
-뭐할라고 이겨? 파도를 타고 같이 놀아야 배가 나아가지. 김시인은 싸우고 이기고 그거밖에 몰라?
-아니, 뭐 기왕이면 이기는 게 좋지 않나 싶어서요. 파도는 천하에 쓸데없는 짓만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아냐, 파도가 있어야 바다가 싱싱해져. 움직여야 안 썩어. 산소를 잡아서 바닷속으로 가져가는 게 파도야. 싸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멀미 안 나요?
-왜, 멀미 나? 고마 가까?
-아뇨, 선장님 멀미 안 나냐니까요?
-30년 배 탄 사람이 배멀미 하는 거 봤어?
-아,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요, 멀미 안 나요?
-멀미 안 나. 자네가 멀미 나는구만.
-아뇨, 나도 멀미는 안 나는데요, 우웩~
-멀미하네.
-선장님요, 고만 돌아가요. 회고 나발이고 식당 가서 먹읍시다. 그카고 식당에 가면 사람들한테 제가 뱃멀미를 해서 일찍 돌아왔다고 말하지 마요. 부탁해요.
-허허허허허, 말 안 하께, 자아, 고만 가자고.
-하여튼 말하지 마요. 선장님네 식당 맞은편 건어물상회 있잖아요. 거기 처자가 저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소문내면 안 돼요. 저보고 굉장히 용감하고 씩씩해 보인다고 했거든요.
-처자 아니라. 그카고 김시인 나이가 몇 갠데 처자를 좋아해, 그카만 도둑놈이지.
-아이고, 씨바, 나이가 뭐가 중요해요. 저보고 30대 같다고 했거든요.
-춘천으로 시집갔다가 남편이 때려서 1년 만에 이혼해 버렸어. 때리는 놈하고는 절대 못 살지. 가 아바이가 가서 이혼시켰어. 아도 없고 잘 됐지 뭐. 이태 전에 돌아왔을 때는 얼굴이 바싹 말라 시커멓고 형편없더니 요새 얼굴이 아주 좋아졌어. 계속 그놈하고 살았으면 말라 죽었을 꺼라 카더라고.
-참 이뿌던데...
-관심 있어?
-아니, 그냥 물어본 거라요, 하여튼 저 뱃멀미한다는 소리는 절대 하지 마요. 전에 쥐포하고 반건조 오징어 좀 샀는데요. 김을 한 톳이나 제 카메라 가방에 막 쑤셔 넣어 주더라고요.
-김시인한테 관심이 있는가 보네. 잘해봐.
-아니, 뭐 잘할 것은 없고요. 정치적인 견해가 안 맞을 거 같아요.
-그노무 정치가 뭐가 중요해, 사람 사는 거 정으로 사는 기지.
-그래도 윤석열이 같은 놈을 지지하면 전 못 살아요.
-윤석열을 지지하지도 않겠지만, 혹시 지지한다카만 왜 지지하는지 물어보고 대화를 하만 되지. 여 사람들 반은 윤석열이야.
-그게 대화로 안 될 거 같아요.
-대화로 안 되는 기 어데 있나. 대화로 다 돼. 나도 첨에 마누라하고 엄청나게 싸웠는데 자식들 때매 대화를 시작했는데 되더라고. 지금은 나 없으면 못 산다카는데 뭐.
-하여튼 뱃멀미한다는 소리는 하지 마요. 우웩~ 제가 좀 씩씩하고 용감하게 보이고 싶거든요. 우웩~
-어허, 먼 데를 봐, 먼 데를, 그래야 멀미가 덜 나. 씩씩하고 용감하기는 개똥이나~
-우웩~ 저 멀미 안 나요, 파도가 심해서 그래요, 우웩~
-허허허허, 건어물상회 처자한테 그림이나 하나 그려서 주고 가.
-그림은 공짜로는 절대 남 안 줘요. 우웩~

(사진 오른쪽 위에 갈매기)

김주대 시인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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