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 모차르트 > -건어물처자에게

지요안 2022. 1. 25. 08:33

바람의 지휘자가 주유소 앞 풍선인형처럼 몸을 흔들고
입을 뻐끔거리며 모가지를 젓다가 
가만히 한쪽 팔을 들어 공기를 만지작거린다
멀리서 좌우로 달싹달싹 길게 파도 한 줄이 일어나
뒷자리 목 가는 관악기의 소리처럼 밀려온다
눈 감은 갯바위가 아랫배에 고인 소리를 정면을 향해 밀어낸다
콧구멍과 시커먼 입에서 철썩 바리톤이 새어나온다
앞자리 현악기 연주자들이 활을 튕기듯이 물방울을 치고
물줄기가 바위를 감아돌아 해안으로 퍼진다
연주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갈매기가 와서 
제 인생 최고로 캄캄하게 부리를 벌려 
웃으면서 우는 사람처럼 노래하기 시작한다
수평선 너머 한 번씩 큰북 소리가 보인다

(어성호 선장이 술을 처드시더니 기어코 내 뱃멀미를 사람들에게 고자질했다. 나도 취해서 선거와 나라의 앞날에 대해 3인의 청중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였다. 3인의 청중은 내게 생긴 건 예쁜 사람이 목소리는 김대중 같다고 했다. 건어물 상회로 비틀거리며 가서 오징어에 미역에 안 사도 될 쥐포까지 또 샀다. 혹시나 해서 카메라가방을 들고 갔지만 건어물처자는 이번에는 공짜 김을 쑤셔넣어주지 않았다. 대신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챙겨 주었다. 취하니 용기가 났다. 보이차와 물 끓이는 대용량바테리를 가지고 왔으니 파도를 보며 차 안에서 차나 한잔 하자고 말해 보았다. 건어물처자는 내일은 오빠 혼자 가게 보는 날이라며 내일 바다에 같이 나가자고 했다. 이래서 그만 내일까지 아니 모레까지 동해에 있기로 하였다. 밤새 사랑과 헐벗은 생계와 지조 높은 생존의 시를 써둬야지 싶다. 쌍꺼풀 없이 깊은 청초호 같은 눈, 오대산 같은 코와, 주문진 수산시장처럼 거친 손등과, 우리 외할머니 산소처럼 봉긋한 가슴의 건어물처자 인물화도 준비해야 될 것도 같고... 뱃멀미에 키마저 작은 나를 우습게 여길까봐 제발 하이힐은 신고 나오지 말라고 했다. 수평선을 물고 날아가는 갈매기에 대해, 갈매기가 떨어뜨리고 간 바람에 대해, 내 심장의 붉은 해안에 대해 살살 눈치를 보며 읽어줄까 한다. 보이차의 따스한 김이 차유리에 서리면 검지손가락으로 하트 표시를 한번 그려줄까 싶기도 하고, 세계에서 1등으로 유치하며 순한 상상을 한다. 이 곳에서만 판다는 7천 원짜리 수제맥주 청초호, 대포항, 갯배 등 3빙을 더 샀다. 2차 연설을 기다리는 3인의 청중에게 각 1빙씩 3빙을 나눠주고 어성호 선장은 소주나 처드시라고 해야겠다.


김주대 시인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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