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장마 끝에 모처럼 비가 내리는 저녁입니다.
이런 날엔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게 마련인데 대상포진 치료 중이라 그림의 떡이로군요.
지독한 막걸리 애호가였다는 천상병님의 <비오는날>이 생각나서 뒤져보니
4년 전 가을에 Band에 썼던 흔적이 있네요.
가난함이 평생을 따라다녔던 천상병님의 기인적 삶이야 파란만장했다는 생각이지만,
천재적 재능 뒤에 숨겨진 그의 내면을 이해하기란 그 누구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암튼, 유독 막걸리를 좋아하는 내가 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 막걸리 당기는 비오는 저녁입니다.
[시평]
평생을 한 결 같이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막걸리 한 잔이면 모든 것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천상병 시인.
그러한 한결같은 삶, 이승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잠자는 마누라 지갑에서 백오십 원 훔쳐 아침 해장을 하고 나니, 어찌 이리 기분이 좋은지.
욕심이라고는 막걸리 한 잔뿐인 시인.
막걸리 한 잔에 가방 들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싱싱해 보이고,
그래서 아무러한 욕심도 없이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 감는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이었던 시인.
욕망이 들끓는 시대, 욕망으로 인해 앞도 뒤도, 친구도, 형제도, 심지어는 부모조차 없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막걸리 한 잔이 오직 소망이요, 욕망이었던 시인. 이승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 이 ‘신선감’만 지니고 그저 그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 감으려는 그 사람을.
(윤석산尹錫山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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