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곳에...

[겨레의노래] 이등병의편지, 절규하듯 외치는 전인권...

지요안 2008. 10. 2. 20:09

(1990.8.18~19, 서울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겨레의노래1' 공연 모습)

 

 

한겨레신문 창간주주야, 아니 우리 가족 모두 창간주주지.

한겨레신문의 창간취지를 이 자리에서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하며

1990년에 그 한겨레신문사에서 주도하고 민기 씨가 총감독을 맡아 발표한 음반이 있었지.

그 이름도 거창한 '겨레의 노래!'

 

당연히 나도 그 테이프(카세트)를 구매하였는데 정말 순수하고 주옥같은 곡들이라서

자동차 카세트데크에 넣고 주야장천으로 들어댔더니 그만 테이프가 늘어지고 말더라고...

그래도 기념이 되겠다 싶어 줄곧 보관하여 오다가 언젠가 카세트테이프를 몽땅 버렸지 뭔가?

더 이상 테이프를 꽂을 카세트데크가 내 자동차엔 없었기 때문이었지.

 

아무튼, 그 중에 난 <꽃들>이라는 곡을 특별히 좋아했었는데 아직 입수하지 못했고

어제가 국군의날이었으니 때가 때인 만큼 오늘은 <이등병의편지>를 들어보기로 하자구.

이곡은 얼마 전 자살한 김광석의 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곡이지만,

사실은 전인권<겨레의노래>에서 먼저 발표한 곡이지.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김광석의 곡과는 달리 절규하듯 토해내는 전인권노래가 들리면

내 아내 마리아무슨 노래가 그 모양이냐며 돌려버리라고 말하기 일쑤였어.

여담이지만,

지금까지도 마리아는 전인권의 노래를 아주 과소평가하고 있더라고, 으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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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김현성 작사작곡, 전인권 노래)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모습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 펌글

[한겨레신문]이 80년대 비상업적인 대중음악을 갈무리한 기념비적인 음반 <겨레의 노래1>.

1990년 <한겨레신문>이 창간 두돌을 기념해서 만들어낸 이 작품에는 김민기가 총감독으로 참여하고, 송창식, 서유석, 전인권, 장필순, 김학남, 최영섭 등 당대의 음악인들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서 손을 모았다.

당시 김민기 총감독이 연변과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곡과, 공모를 통해 수집된 곡, 그리고 구전 민요 가운데 최종적으로 12곡이 음반에 실렸다.

1990년에 이 음반은 엘피와 테이프로만 발매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곡은 ‘이등병의 편지’.

가수 김광석의 음성으로 귀에 익은 이 노래는 이 음반에서 처음으로 실렸다.

노래는 전인권. 1987년 들국화가 해체된 후 ‘가야’라는 팀에서 활동하던 그의 고음은 김광석의 쓸쓸함과 또다른 스산한 매력을 발산한다.

월북작곡가 김순남의 ‘자장가’는 원곡이 가진 옅은 불안감을 감싸안은 듯한 노영심의 피아노 반주에 장필순이 목소리를 실었다.

음반의 세번째 노래 ‘꽃들’은, 지금은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의 작곡가로 더 유명한 임준철이 문부식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 그가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서유석은 당시 85세의 김소정 할머니와 함께 1920대 식민지의 설움을 그렸던 ‘내 고향’을 불렀고, 송창식은 노래극 <공장의 불빛>에 실린 곡 ‘이 세상 어딘가에’를 노래했다.

해외 동포들 노래 중에는 재미음악가 로광욱이 만든 ‘고려산천 내 사랑’과, 당시 중국 조선족 음악가협회 주석인 안국민이 만든 ‘반갑구나’가 실렸다.

‘반갑구나’에는 최영섭이 편곡하고, 케이비에스 관현악단원과 서울시립교향악단원이 참여했다.

그 밖에 편곡과 연주에 허성욱과 조동익, 손진태, 나동민, 김효국, 김형석, 함춘호 등 일류 음악인들의 손길이 닿았다.

음반에 다섯번째로 실린 ‘이태원 이야기’는 80년대 한 소녀의 눈에 비친 이태원의 풍경.

담배를 피는 여대생과 여장 남자를 보면서 낯설어하는 광경은 지금과 비교해서 약간의 격세지감을 주기도 한다.

 

 

[겨레의 노래 1]01_아침 [2:04] 전래동요   02_이 작은 물방울 모이고 모여 [4:05] 서울대 방송연구회 작사 / 변재원 작곡 | 김성민 / 어린이들. 연세대 성악과 남성 4중창.국립합창단원 노래 03_꽃들 [4:04]   문부식 시 / 임준철 작곡 | 임준철 / 신형원.장필순 노래 04_이 세상에 [4:34]    함영국 작사.작곡 | 최진영 / 배훈.김승기.이승환 노래05_이태원 이야기 [4:06]   변승욱 작사.작곡 | 노찾사 노래  06_이등병의 편지 [4:50]    김현성 작사.작곡 | 전인권 노래07_고려산천 내 사랑 [3:58]    로광욱 작사.작곡 | 소프라노 김학남 / 국립합창단원 노래08_내 고향 [3:57]    작사 미상 / 정사인 작곡 | 김소정 할머니 / 서유석 노래09_반갑구나 [4:21]    김경련 작사 / 안국민 작곡 | 테너 이영구 / 국립합창단원 노래10_자장가 [2:04]    김순남 작사.작곡 | 장필순 노래11_고리 [3:25]    윤석중 작사 / 이성복 작곡 | 구의국민학교 어린이들 노래 / 노영심 이야기12_이 세상 어딘가에 [3:56] - 노래극 [공장의 불빛] 中에서김민기 작사.작곡 / 송창식.조경옥(노찾사)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