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많이 들어보았을 이 말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는 없을 터...
아마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속사정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리라.
우리가 겉만 보고 판단하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여담 한 마디.
서울 소재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딸아이가 친구들과 헤어질 때면 한마디씩 한단다.
지하철도 없는 지역이니 집까지 가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겠냐고 걱정을 해주더란다.
집에 도착하여 쉬고 있으면 어디 쯤 가고 있냐고 전화가 온단다.
삼화고속 타고 집에 돌아온 지 한참 되었다고 하면 '날아갔느냐?'고 깜짝 놀라더란다.
의외로 가정오거리는 서울로의 진입여건이 좋은 편이다.
겉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와는 이만큼 다른 것이다.
각설하고,
얼마 전 숭례문 화재로 불명예 퇴진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생각해 본다.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으니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허망하게도 하필이면 그 시간에 해외여행 중이었다는 게 사단이이라면 사단이다.
그것도 공짜로 아내까지 여행을 즐겼다고 하는 대목에서야 욕 나오지 않을 자 어디 있을꼬?
그러나 혹시 그에게도 뭔가 해명하고픈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겉모양만 보고 일방적으로 유홍준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유명한 말을 한 양식 있는 지식인으로 여겨온 유홍준은
내가 보기에 뭔가 달라도 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 대단한 긍지를 심어준 <문화유산답사기>를 우리가 사랑하듯이
그는 이 국토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자리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 더니 그토록 잘도 보이는 사랑하는 문화재, 그것도 국보 제1호를
관리소홀로 잃어버린 중대한 실수를 덮어 두자던가
그를 무작정 두둔하고자 함은 추호도 없으니 절대 오해 없기를 바란다.
다만, 그가 여느 몰상식한 소인배들처럼 취급되어지는 상황이 안타깝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아무튼,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의 글을 아래에 옮겨놓으며 이글을 맺으려 한다.
착잡한 심사를 애써 달래가면서...
<<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러한 사랑의 감정으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나는 감히 국토박물관의 길눈이 되어 나의 동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국토의 역사와 미학을 일상 속에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
아름다운강산,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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