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이재명 체포동의안 충격적 반란표, 모두 커밍아웃하라

지요안 2023. 3. 1. 12:39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들, '무기명 특권' 안에 숨지 말아야

 

곽노현 칼럼

입력 2023.02.28 07:05

수정 2023.02.28 18:19

 

[곽노현 칼럼] 충격적 반란표…모두 커밍아웃해야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투표 행태 보장 안 돼
무기명 뒤 숨지 말고 이재명 체포동의 입장 밝혀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찬성 139표 대 반대 138표. 충격적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이른바 반란표가 안 나올 걸로 전망했다. 크게 빗나갔다. 무기명투표 속에 숨어서 체포동의안에 찬성, 기권, 무효 표를 던지며 딴마음을 표출한 민주당 소속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최소한 30명을 넘는다. 나는 이분들이 모두 오늘내일 중으로 무기명특권을 버리고 SNS에서 커밍아웃해야 책임 있는 정당인이자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한다.

 

무기명, 국회의원 셀프입법에 의한 기회주의투표 면책특권

 

체포동의안 같은 이른바 인사 사안에 대해서는 무기명투표를 하도록 국회법상 규정돼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치 보지 말고 소신투표를 하려면 무기명이 필수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둘 다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무기명투표의 실질은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무책임투표 특권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적으로 중대한 인사 사안에 대해선 국민이 국회의원의 선택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알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무기명투표는 국민의 알권리를 일응 배제한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국회의원에게 무기명투표는 대국민 설명 책임을 면제해줌으로써 어떤 선택을 해도 추궁당하지 않을 특권을 보장받는 수단이다. 결과적으로 무기명투표는 얽히고설킨 개인연고와 이해관계에 터 잡은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투표를 보장한다. 한마디로, 무기명투표 특권은 무책임투표 특권이다.

 

인사 사안이라 무기명투표?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특권은 국회의원들이 셀프입법으로 만들어낸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의 특권일 뿐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장치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라. 동료의원 체포동의안 찬반투표, 국무총리/대법원장/헌재소장 등 인준찬반투표, 탄핵소추·해임건의 찬반투표, 국회의장 선출투표 등 이른바 헌법상 국회의 인사 사안만큼 국가적으로 중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국회의 인사권한이야말로 국회의원이 헌법과 국익, 양심에 따라 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중대한 국가적 인사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100% 알 권리가 있고, 과연 그 결정이 국민과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사심이 들어간 선택이었는지를 심판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중대한 인사 사안을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조항은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편하자고 셀프입법한 산물이 그대로 굳어진 것일 뿐 국익이나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

 

역지사지해보라. 국회는 정부의 인사권 행사를 감시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까지 묻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는 누구한테도 은폐하는 방식의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누가 봐도 자가당착 아닌가? 우선 떳떳하지 못하다. 자기들은 안 그러면서 행정부, 사법부 인사문제는 공개하고 책임지라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되겠는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의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2023.2.27. 연합뉴스

무기명으로 소신투표 보장?

무기명투표가 아니면 누가 소신투표를 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중대한 인사 사안에서 남의 눈치를 볼 정도의 위인이라면 애당초 국민대표 지위를 넘보지 말았어야 할 무자격자다. 국회의원은 홀몸이 아니라 1인당 평균 17만 주권자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국민대표다. 중대한 공적 사안일수록 본인의 공적 견해를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국가 중대사에 관해 선택을 하고 나면 반드시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 내용 공개가 필수다. 

무기명투표의 취지가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투표 행태까지 보장하는 데 있다고 강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심과 정치적 이성에 따라 헌정사상 최초의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일부 의원이 그랬듯이 자신의 투표 방향과 결정 근거를 사전에 공개했어야 옳았다. 그게 어려웠다면 지금에라도 SNS 등 적절한 방법으로 어제(27일)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를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국회의원의 당당한 자세다.

그렇지 않고 무기명특권 뒤로 숨는 건 비굴한 방식이다. 나중에 자신의 선택과 달리 상대방이 다시 강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관계를 맺겠다는 속셈이 없고서야 그러지 못한다. 당장 민주당의 무기명 투표결과에도 이렇듯 겉 다르고 속 다른 편의적인 이중관계를 염두에 두고 던진 찬성표나 기권표가 제법 될 것이다. 무기명투표는 이와 같이 소신투표가 아니라 무소신투표를 조장한다. 

그렇다. 민주당의원 누구도 셀프입법이 제공하는 무기명 방패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는 안 된다. 본격적이고 치열하게 본인의 입장과 근거를 밝히고 다른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끝장 토론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무기명투표를 들먹이며 침묵해선 안 된다

도대체 이재명이 누구인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77.77%로 당선시킨 현직 당대표이자 1625만표를 얻고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지난 대선 후보 아니었나. 국가서열 8위로 올라선 거물 정치인을 돈이 오간 증거도 없이 윤석열 정권이 잡아 넣겠다며 체포동의안을 냈는데 반대하지 않았다면 초강력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닌가. 윤석열 검찰정권이 자당 대표를 천하의 흉악한 범죄자인 양 몰아대며 꽃놀이패 구속영장을 청구한 비상한 상황에서 정치검찰의 요구대로 넘겨줄 결심을 했다면 뭔가 비상한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냐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무기명투표에 셀프이익이나 기회주의를 보장하는 취지는 없다. 윤석열 검찰정권의 자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않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당원과 국민에게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토론에 성실하게 응할 책임이 있다. 무기명투표는 또한 국회의원의 셀프입법 결과라서 무기명투표를 들먹이며 침묵을 지키는 것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염치없는 태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모든 법률안을 표결을 마치고 나서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2.27. 연합뉴스

미국 의회는 무기명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국민을 쏙 닮은 추첨시민의회에 무기명투표제의 존폐 여부를 심의해서 의견을 달라고 한다면, 또는, 국민발안권이 있어서 무기명투표 폐지법안을 국민발안해서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 특권은 바로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참고로, 미국 의회에선 무기명투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과 주 상원의 그 많은 임명직 인준투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호명 찬반투표가 이어질 뿐이다. 왜 그러겠는가? 이는 인사 사안이 중대한 공적 사안으로서 그 투표 기록이 곧 그 의원의 정치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 기록을 알 권리가 박탈되면 국민의 심판권과 투표권의 실질도 박탈되기 때문이다. 

무기명특권, 입법으로 폐지하되 이번 찬성·기권파부터 내려놓아야

국회의원이 어떤 사안과 인물에 찬반투표를 던졌는지를 알지 못한 채 어떻게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과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요컨대, 인사 사안에 대한 무기명투표제는 셀프입법에 의한 국회의원의 무책임·무소신투표 특권이자 국민의 알권리와 심판권, 선택권을 제약하는 위헌적인 제도로 하루바삐 폐기되어야 한다. 실은 국회의원의 셀프특권 해소를 위한 제도개혁에 앞장서라는 게 촛불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이재명 대표에게 사즉생 각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라고 권고한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지금 당장 국회의원의 무기명특권을 내려놓는 일부터 솔선수범하기를 촉구한다. 오해 없기 바란다. 두 특권은 규범적으로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불체포특권이 정치 탄압을 막기 위해 요구되는 근본적으로 정당한 특권이라면 무기명특권은 공적 책임 면제를 겨냥한 근본적으로 위헌적이고 부당한 특권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버려야 마땅한 무기명특권 안에 숨어서 정작 지켜야할 불체포특권을 흔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이분들이 지체없이 무기명특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토론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나마 찬성·기권한 결심의 진정성을 보이고 최소한의 상호신뢰를 복원할 길이다. 민주주의는 빛 가운데 반대나 비판과는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지만 누가 누군지 모르는 어둠 속의 음모나 매복과는 공존하지 못한다.

곽노현 칼럼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