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외교의 ABC도 모르면 대통령 욕심을 버려라!

지요안 2021. 11. 14. 14:32

하필 ABC기자가 물었는데, 외교의 ABC를 모른다.

 

1. 윤석열 후보의 외신기자회견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한참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딱한 박대통령(Poor President)은 질문이 뭔지 기억도 못하네요”라고 해 나라의 수치였던 장면이 떠올랐다.

 

2. 첫째, 윤석열 후보의 논리는 외교 상식이 결여되고 무지하다.

외교정책의 비전에 대해 미국 ABC기자가 묻자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예측가능한 법치의 외교관계”라고 답했다.

처음 들어보는 엉뚱한 답변이다.

국제사회의 현실이 권력정치의 장이므로 전후 다양한 레짐을 만들고 협의체나 기구를 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잘 지키지 않는 건, 헨리 키신저 말대로 ‘외교란 국내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강대국조차 ‘예측가능한 법치외교’라는 오만과 과장을 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이 과거 파리협약으로부터 탈퇴한 것이나, 올해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 정상회의에 시진핑의 중국이 오지 않았던 것을 보더라도 미중은 예측가능하거나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등 법치적 자세가 아니다.

따라서 한 나라의 외교의 특징이나 비전은 대체로 현실주의냐, 이상주의냐 또는 권력정치를 추구하느냐, 국제레짐을 존중하느냐는 기준에서 보는 것이다.

 

3. 둘째, 윤 후보는 시간의 선후에 대한 이해가 틀렸다.

그래서 인과관계가 뒤집혔다.

윤 후보는 대일외교에서문재인 정부가 국내문제를 대일관계에 이용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위안부 협상에 대한 재검토나 대일경제보복에 대한 강경대응을 염두에 둔 비판 같다.

그러나 위안부 협상은 박근혜 정부의 큰 실수였고 실패였다.

갑자기 위안부 협상을 서둘러 시민들이 세운 소녀상 철거와 추후 다시는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면 합의가 들켰고, 결국 엄청난 국민 반발을 자초했다.

또 일본의 경제보복의 단초가 된 것은 사법부 판결이었다(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윤 후보가 앞서 외교의 가치로 강조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초”한 것이고, “주권적”인 3권분립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에 한국을 제외하여 수출통제를 하는 등 경제보복을 한 것이다.

당시 아베가 장기집권을 위해 우경화한 일본내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보복외교를 구사한 것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일본을 비판하기는 커녕 문재인정부를 비난하고, 원인 제공자와 피해 결과의 선후를 바꾸어 말함으로써 일본 극우의 주장과 같은 입장인 셈이다.

그는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 과거사문제도 잘 정리될 것이라며 이익 우선의 실용주의를 피력했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일본의 이익에 맞추고 눈치를 살피는 비굴함이지 결코 실용외교가 아니다.

 

4. 셋째, 냉전적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유엔사가 무력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아무런 법적 제재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종전선언을 한다고 더 무력해질 것도 없다.

오히려 정전협정 위반여부에 대한 판정시비나 불복으로 인한 충돌이 확전으로 불붙을 수 있기에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이 필요한 것이다.

 

5. 넷째, 일관성이 없고 나이브하다.

사드는 미군의 자산이고 미군이 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 주권사항이니 추가배치도 안보상황에 따르겠다고 했다.

반대로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은 사법주권이 분명한데도 대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한 잘못이라고 우기고 있다.

또 핵공유와 핵추진잠수함을 희망하면서도 이와 배치되는 NPT를 지키고 비핵화가 전제된 핵우산을 의미하는 확장억제를 해야한다는 모순된 말을 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한반도비핵화를 기조로 하는 바이든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고도 한다.

북한 비핵화를 놓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가 정례적 회담을 가져야 한다고도 하는데 북이 응할리가 없다.

 

6. 외교 테이블은 먹고 싶은 대로 메뉴를 주문하는 자리가 아니다.

끝까지 ABC는 없었다.

전지구적 재앙인 코로나와 기후위기로 국제사회의 상호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옮겨가고, 상호 협력과 연대 없이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위상도 선진국으로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경제적 발언권도 가지게 되었다.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역내 평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우리의 종전선언 논리는 반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외교를 모르면 나라를 이끌 수가 없다.

 

■추미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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