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평화 넘치는...

[시] 어머니, 당신은 좋은 낙엽이었습니다...

지요안 2018. 3. 30. 11:05


일주일 전, 지난 금요일 아침 8시,

서부동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대세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신 축복받은 할머니였는데,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읊어주신 시 한 편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사순시기의 묵상글로 공유코자 합니다.


문정희시인의 <편지>라는 제목의 시로

<고향에서 혼자 죽음을 바라보는 일흔여덟 어머니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편지

- 고향에서 혼자 죽음을 바라보는 일흔여덟 어머니에게 -


하나만 사랑하시고
모두 버리세요

그 하나
그것은 생이 아니라
약속이에요

모두가 혼자 가지만
한 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즐거운 약속입니다, 어머니

조금 먼저 오신 어머니는
조금 먼저 그곳에 가시고

조금 나중 온 우리들은
조금 나중 그곳에 갑니다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어머니는 좋은 낙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