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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옥천 둔주봉, 일진 사나웠던 산행기...

지요안 2012. 10. 22. 13:02

 

2012.10.20 토요일 서울역.

09:35분발 경부선 열차가 4분여 연발하는 바람에 도착예정시간인 11:52분을 역시 4분여 넘겨

11:56분에 옥천역에 닿으니 12시발 안남 행 버스를 타려면 4분 안에 바삐 뛰어야만 했다.

옥천역을 급히 빠져나와 왼쪽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시내버스 종점이 가까스로 당도했으나

이미 12:01분, 안남 행 버스를 눈 앞에서 놓친 형국이 되고 말았다.

다음 버스는 13시, 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고 결국 2만원을 주고 택시로 안남면으로 향하는데 

어째 오늘은 시작부터가 꼬이는 게 일진이 수월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12:45, 안남면사무소와 안남초등학교 사이로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가면 주위가 온통 감나무천지로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탐스럽고 노란 감이 주렁주렁 걸려있더라고...

! 저렇게 탐스런 감을 왜 방치하고 있을까? 마리아가 의아해하며 한 개 따먹을까? 하더라만

아서라! 요즘엔 잘못 건드리면 덤터기 쓴다더라...

행인이 없는 1Km의 호젓한 길을 굽이 돌아 30분여 걸어서 등산로 입구인 점촌고개에 당도하니

대여섯 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여기서 800미터 지점에 거꾸로 펼쳐진 한반도지도와 흡사한 지형을 볼 수 있는 정자가 있고

거기서 다시 800미터를 더 오르면 둔주봉(384m) 정상이다.

 

소나무가 쭉쭉 뻗은 조용하고 울창한 숲길을 따라 30여분 오르면 예의 그 정자가 나타나는데

10여명의 등산객들이 왁자지껄 어울려서 식사를 하는 등 쉬고 있었다.

! 저 아래로 거꾸로 펼쳐진 한반도가 묘한 여운을 남기며 의연하게 자릴 잡고 있구나...

한반도를 감상하며 정자에서 15분 쯤 쉬고나서 산행을 계속하여 30분 후 둔주봉정상에 올랐는데

어찌된 게 표지석엔 둔주봉이 아니라 등주봉(登舟峯)이라 적혀있었다.

 

아무튼, 금정골·고성 방향의 하산로는 호우로 차단됐다기에 피실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으나

미리 조사한 바와 같이 경사가 가파른 난코스였다.

어쨌거나 로프 등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고 희미한 하산로를 따라 내려가노라면

밑으로 금강이 언뜻언뜻 비치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게 운치를 더해 주더라...

! 그런데 강이 나타나며 길이 사라지고 이정표엔 뗏목나루터독락정이라 적혀있었는데

나루터 쪽은 강이라 독락정 방향으로 뒤돌아 나오니 왼쪽으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보였다.

그때 마리아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연필정도의 나뭇가지가 박히며 바지에 큰 구멍이 났으나

다행히 엉덩이에 상처는 없고 긁힌 생채기만 있어서 안도하였다.

 

이정표엔 둔주봉 0.9Km, 금정골 1.2Km라 적혀 있었는데 다시 둔주봉으로 오르기엔 무리였고

할 수없이 금정골 방향으로 발을 옮겨야 했다.

터벅터벅 금강 변을 따라 걷는 운치가 제법 삼삼하기도 하려니와 재미가 있어 즐거워하며 걷는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길이 사라지고 위쪽으로 우회하며 길 찾기를 반복하니 마리아가 푸념을 하더라.

지쳐가는 몸으로 강변을 따라 1.2Km를 걸어 금정골로 보이는 곳에 다다라서 이정표를 보니

위로는 둔주봉, 우리가 온 길은 피실, 른쪽으로는 고성이라 적혀있었다.

! 기가 막힌 것은 고성 쪽을 바라보니 물에 잠겨 있고 피실 쪽도 마찬가지다 보니

우린 망연자실 할 말을 잃고 잠시 서있다가 결국 둔주봉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하였다.

 

벌써 16:15분이니 서둘러야만 한다...

우린 말 없이 지친 몸으로 둔주봉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하여 55분만인 17:10분에 둔주봉,

17:30분 정자, 17:50분 점촌고개로 내려왔으니 결국 둔주봉을 두번 오른 셈이 된 것이다.

해는 저물어가고 하늘엔 하얀 달이 떠오르고 있었는데 안남초등학교에 닿은 시각이 이미 18:10,

어둑어둑하는가 싶더니 10분 쯤 지나니 금세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18:50분발 버스 편으로 옥천에 온 시각이 19:30분이었는데 이럴 줄 미리 예감했는가

20:04분에서 21:39분 발 열차표로 바꿔두었던 게 참으로 현명했다고 자위하고 있었다.

 

시내버스종점 뒤쪽에 있는 굴국밥전문점 <굴세상>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막걸리 한잔 쭈욱 걸치고 나니 비로소 피곤했던 오늘의 일정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23:56서울역 도착, 집에 돌아오니 이미 01:00가 넘는 강행군이었는데 한 가지 남는 아쉬움은

정지용생가, 구읍의 '향수30리길'삼양성당 순례가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머잖아 눈 내리는 하얀겨울에 아름다운 이곳 옥천을 다시 찾아올 것을 다짐하며

험난했던 옥천 둔주봉산행기를 맺는다.

 

◆산행코스 : 안남초등학교-점촌고개(1.0)-정자(0.8)-둔주봉(0.8)-피실(0.9)-금정골(1.2)-둔주봉(1.3)

                  -정자(0.8)-점촌고개(0.8)-안남초등학교(1.0),   총 산행거리 : 8.6Km

 

옥천 둔주봉 산행의 팁 ;

1.둔주봉을 오른 후 하산로는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점촌고개-정자-둔주봉정상-정자-점촌고개로 되돌아 나와야 함.

2.안남에서 옥천 행 시내버스는 공중화장실 앞의 정류장(마을버스)이 아니고 안남농협 앞의 시내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함.

3.옥천시내버스 시간표 (http://tour.oc.go.kr/html/tour/helper/helper_01_02.html)

4.옥천시내버스 종점 뒤 굴국밥(6천원,굴해장국:7천원)이 저렴하고 시원하여 강력 추천함. (굴세상 : 043-732-9942)

 

순천으로 가는 경부선?

무궁화호를 타고...

옥천역으로, 아무리 바빠도 인증샷...

 안남초둥학교 옆 등산로 입구...

이정표 뒤로 안남면사무소가 보인다...

 주렁주렁 탐스런 감나무...

 볼록거울이 있는 삼거리 좌측 등산로는 폐쇄? 괜찮다, 올 땐 이길로 내려왔다...

 저 아래로 안남초등학교가 보이고...

 점촌고개... 여기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다...

여기서 정자까지 800미터...

 주의! 금정골, 고성방향 하산 금지 안내...

한반도전망대 정자...

정상까지 또 800미터...

디카로 촬영한 한반도지형...

뒤집어 놓으면 영락없는 한반도...

둔주봉 = 등주봉?

아름다운 금강...

피실로 가는 길, 아니 고생길로 가는 길...

가파른 하산길은 안전장치 부재...

아름다운 금강이 펼쳐지고...

잡풀이 무성한 길을 비집고...

배가 지나가는 한가한 풍경...

길이 없다! 독락정 쪽으로 되돌아 나오니...

요러한 이정표가... 금정골로 고고...

아름답긴...

하다만...

이러한 풍경도...

지치면 무용지물...?

금정골? 어디로? 도로 둔주봉으로...

다시 밟은 둔주봉...

아까 내려갔던 피실 방향 하산로...

이미 사위는 저물어가는데...

어서 하산을 재촉하게나...

아무리 바빠도 사람 많아 못했던 인증샷 한방...

벌건 석양이 꼴깍대는데...

드디어 점촌고개...

하늘엔 초승달이...

정지용이 노래했던 맑은 실개천엔 알수없는 거품이... 위에 牛축사가 많더라...

볼록거울 앞에서

공중화장실 앞의 버스정류소, 마을버스용이라네...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뻔, 요기가 시내버스정류소...

오래된 듯한 양은그릇 탁배기 잔...

막걸리를 보니 빠졌던 힘이 다시 생기고...

얼큰한 굴해장국으로 타들어갔던 속을 홧 풀었다오...

21;39분까진 시간이 남네...

0시가 다되어 서울역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