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완연한 가을하늘이다.
누구나 맑고 청아한 이 가을하늘을 즐길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으랴마는
각자 처한 환경이나 상태에 따라선 그 하늘이 아주 공허한 허공일 수도 있을 게다.
특히 50대 중년남자들의 자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애달픈 뉴스가 남다르게 느껴지고
삶의 무게에 눌려 지내는 고단한 여러 중생들이야 감히 그 가을하늘을 쳐다볼 엄두조차 있겠는가?
또한 졸업을 앞둔 너무 젊어 서러운 청춘들은 좁디좁은 취업문으로 인한 초췌함으로
어디 그 화려한 가을하늘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있겠는가 말이다.
천성이 그런가? 마음이 느긋해서인가? 난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성이 있다 보니
요즘계절에 어울리지 않게시리 이런 노래 한곡이 떠오른다.
'불세출의 가인'이라 칭하는 조용필, 아니 요즘엔 아예 '가왕'이라 불리더라만
그 '위대한 탄생' 조용필선생의 8집 앨범 중의 트로트 곡 <허공>이다.
어디 웬만한 남자들 치고 노래방 가서 이 노래 한번 불러보지 않은자 있겠는가만,
조용필의 수많은 곡 중에서도 트로트로 분류되는 명곡 중의 하나가 되겠다.
참고로, 이곡을 만든 분들은 정풍송 작곡, 정욱 작사라고 되어있다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통반장을 다한 격으로 결국 정풍송과 정욱은 같은 사람이란다.
각설하고, 얘기가 자꾸 딴 데로 빗나감을 바로 잡고자 한다.
이 노래의 가사를 들여다 보니 이루지 못한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곡으로 여겨지는데
재미있게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아주 심오한 사연이 담겨있다고 한다.
언젠가 방송에서 정풍송 선생이 말하길,
이 노래는 1980년 군화발에 처절하게 짓밟힌 민주화를 노래한 것이라고 했다.
1979년 유신체제의 붕괴로 80년 '서울의 봄'을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또 다시 총칼로 무장한 5공 군부세력의 등장으로 철저히 망가져간 민주화를 노래했다는 거다.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즉 '그대'를 '민주화'로 바꾸어보면 수긍이 가기도 하는데
후문에 의하면, 이 노래 허공이 전두환을 비롯한 5공 실세들이 아주 좋아했던 노래라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인생만사 새옹지마'가 바로 이것이련가?
그래서 어느 노래가사에서처럼 '세상은 요지경속'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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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1.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
스쳐버린 그날들 잊어야할 그날들
허공 속에 묻힐 그날들
2.
잊는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미련이 남아
돌아선 마음 달레보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설레이던 마음도 기다리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
스쳐버린 그 약속 잊어야할 그 약속
허공 속에 묻힐 그 약속
정풍송, 정욱 선생...
1979년 10.26사건 현장검증, 김재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훈풍이 부는 '서울의 봄'을 맞아 한껏 고무된 두 김씨...
김대중...
김영삼...
헉! 전두환 등장...
아! 자랑스런 포즈의 12.12 직후 5공 핵심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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