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주년을 맞는 6.25 한국전쟁 기념일에 아버지를 생각한다.
기억이 전혀 없는 나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복부에 총상을 입고 상이군인으로 제대하셨다는데
제대 후 결혼을 하여 나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부위의 재발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그 당시 열악했던 의료수준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큰 수술을 받은 환자를 결혼시킨다는 게 지금의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기는 하다.
아무튼,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발안 부근의 구문천리로 우리 가족들이 서울에서 피난을 갔었고
아버지가 의가사제대 후 그 동네 처자와 부부로 맺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외가는 돌래라고 불리는 제법 컸던 마을인데 언젠가 성인이 되어 찾아가 보니 아주 작아보였고
대신 그 동네 너머로는 거대한 제약단지가 조성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한 가지 내가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아버지가 상이군인으로 제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호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성당 일에만 신경을 쓰시며 노기남대주교님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셨다던 무심한 할아버지께서
소소한? 가정 일엔 등한히 하시며 신고 등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셔서 그렇게 된 것일까?
내가 어려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제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로
이럴 줄 알았으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여쭈어보기라도 할 걸 그랬다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1898년생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대신학교(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하셨으며
후에 서울대교구장을 역임하셨던 노기남대주교님이 할아버지의 후배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전쟁은 사라져야 한다...!
청년시절의 아버지 모습...
소년시절의 아버지 모습...
'4284.4.8 대구의 봄'이라고 적혀있는 군 복무시절의 아버지 모습...(우측)
군 복무시절의 사진 뒷면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육군병원에서'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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