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평화 넘치는...

[謹弔] 유시명 도미니코신부님...

지요안 2009. 11. 8. 18:26

 

 

2009.11.8일자 오늘 주보를 통해 인천교구 청소년교육국 차장으로 근무하시던

유시명 도미니코신부님께서 갑자기 30세를 일기로 11.2일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난 2008.6.1일자 인천주보에서 평등을 주제로 한 말씀이 인상 깊게 느껴져서

2009.8.16일자 본 블로그에 그분의 말씀을 전해드린 바 있었다.

*사람나고돈났지,평등을부르짖는남진 편 참조(http://blog.daum.net/joma80/16519188)

 

사제 한사람이 탄생하기까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분들의 기도와 희생,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여기서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으리.

아무튼, 꽃다운 젊은 나이에 수많은 소명을 남겨두고 안타깝게 선종하신 유신부님의 명복을 빌며

그분의 글을 여기에 다시 소개해 본다.

 

유시명 도미니코신부님! 부디 땅에서 다 이루지 못한 큰뜻을

하늘에서는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아멘!

 

 

그래! 사랑이야. (2008.6.1일자 인천주보 연중 제9주일, 오늘의말씀 제1983호)


한 달 전에 종합검진을 받으러 부평 성모 자애 병원에 갔었습니다.

전날 저녁 10시부터 굶고 사람들이 꺼려하는 대장내시경검사를 위해 약을 먹고 속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멍하니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바로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과연 ‘아버지의 뜻,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들의 환한 웃음을 바라보며 정답을 발견한 듯이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사랑이야!’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들 마냥 세상에 눈을 뜨고 살아가다가 순간 내가 세상에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나의 삶이 행복할 때는 나를 이곳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가도, 불행과 고통이 내 삶을 흩어놓을 때면 하느님을 원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첫째는 우리는 시간에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어찌되었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40대에는 지식이 평등해지고, 50대에는 외모가 평등해지고,

60대에는 성(性)이 평등해지고, 70대에는 건강이 평등해지고,

80대에는 재물이 평등해지고, 90이 넘으면 생사(生死)가 평등해진다.”

 

우리가 시간의 평등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자신과 하느님을 비교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 삶의 의미란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어쩌면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 세상에 던져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사가 평등해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장 후회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그것은 아마도 좀 더 ‘사랑을 실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합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우리들, 하늘나라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버지의 뜻인 사랑의 실천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신앙인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유시명 도미니코 신부, 부개동 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