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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기Ⅱ] 아! 머나먼 백록담...

지요안 2008. 1. 18. 10:45

 

2008.1.12. 08:30.

밤새 물살을 헤치고 달려온 오마하나호는 제주항에 도착하였다.

울렁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하선을 하니, 겨울비가 휘적대고 있는 부두엔 이미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연안여행사에서 준비한 버스로 한라산 입구 성판악으로 가는 도중에 등산안내자는 도시락, 생수 1통, 귤 2개 씩을 나누어주었다.

약 3-40분 걸린다는데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만 같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성판악휴게소 입구에는 이미 많은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어서 내려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1회용 노란색 비닐우의를 사 입고 10시가 넘어서 등반을 시작하였으나 회장인 이선생은 산행을 포기하고 제주시내로 나갔다.

안내자의 말로는 약 7Km쯤 되는 진달래대피소까지 12시까지 도착해야 정상으로 갈 수있다고 하더라.

2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그곳까지 가기는 이미 글러먹은 듯 싶다.

아무튼 비오는 산행을 하다 보니 조금씩 지치기 시작하는데, 약 2Km 쯤 오른 지점에서 난 결국 산행을 포기하였다.

배멀리로 시작된 몸 컨디션이 산행을 막은 것이다.

 

일행 중 뒤로 처진 한선생정선생을 마지막으로 보내고 홀로 하산을 하였다.

이렇게 많이 올라왔었나 싶을 정도로 내려오는 길이 상당히 지루하였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까마귀가 이리 저리 까악까악대는 길을 내려오는데 횡재를 한 것이다.

엥! 이게 무엇인고?

휴지인가 싶었는데 가만히 보니 5천원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더라구.

아무도 없는 산 중인데도 누가 볼세라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도둑질하는 심정이 이럴까?

 

성판악휴게소엔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이곳에서 16시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했다.

여기서 16시까지 혼자서 지낼 생각을 하니 걱정이다.

얼마 후, 정상까지는 못가고 진달래대피소까지만 간다고 윤선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또 얼마 후, 정선생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장선생만 정상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되돌아 내려간다는 것이다.

정상까지 오르기엔 시간이 너무나 짧았던 것이다.

 

무료한 시간이 더디게 지나고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약 4시간여를 홀로 지내다보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결국 마지막 버스인 16:10발 버스를 타고 관음사에서 연안여행사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배편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은 제주항에서 모두 하차하였고 우리일행만 남아 호텔로 돌아왔다.

물론 홀로 산행을 했던 장선생백록담정상을 거쳐 관음사로 내려와 혼자서 호텔로 돌아왔다.

로얄호텔 1310호.

식사는 호텔 부페식이었다.

(계속)

 

*배경음악은 제주도 민요 '너녕나녕'입니다.

 <7.1Km인 진달래밭까지 12시까지 도착해야, 백록담에선 13:30이전에 하산해야 한다고...>

 

 <한라산 입구인 빗속의 성판악을 서성이는 사람들...>

 <날씨 참 거시기 하네!>

 <구질구질 등산로>

 <혹은 질펀질펀 등산로>

 

 <이곳 성판악은 해발 750 고지라네>

 <외로운? 까마귀>

 

 <병풍에 둘러싸인 대감마님 자리에선 내가 잠을 잤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