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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재명의 통합전략은 성공할까?

지요안 2023. 5. 1. 11:06

<과연 이재명의 통합전략은 성공할까?>

체포동의안의 부결 이후 이재명 대표가 통합노선으로 급선회하고 있습니다. 최대 계파인 <더좋은미래>의 당직 쇄신 요구를 수용해 송갑석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하고 정책위의장과 전략기획위원장을 비명계 의원으로 선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재명의 강력한 라이벌인 이낙연계의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습니다. 

전당대회 이후 비명계 지도부는 고민정 의원 한 명 뿐이었지만 한 달 사이에 박광온, 김민석, 한병도, 고민정, 송갑석 등 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무총장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꿨습니다. 여전히 친명이 다수지만(애매한 스탠스의 몇몇 최고위원을 고려하면 다수라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이전과 같은 호흡은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박광온 원내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합을 강조하며 친명 핵심들의 불출마 권유한 것은 결과적으로 박광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만일 친명 핵심이 원내대표로 출마하고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재명의 통합전략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것입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더기 반란표가 나오면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민주당에서 20명 이상 이탈해 분당이 되고 분당세력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면 이재명 대표는 구속되고 민주당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분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낙연계 의원수만해도 20명이 넘습니다. 비명계 중 한 개 계파만 움직여도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분당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입니다. 문제는 이론적으론 여전히 분당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 자신과 당의 운명을 놓고 도박을 할 수는 없습니다. 분당 가능성이 0.001%일지라도 당대표는 그 확률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이정근게이트가 터지고 금태섭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금태섭이 주최한 토론회에 이상민, 권지웅 등 비명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우군이었던 송영길 전 대표는 탈당하고 이상민은 공공연하게 신당 창당을 거들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야바위라는 것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원내대표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이낙연이 있다는 것은 정치초딩 안철수도 알만한 정치상식입니다.

이재명계가 결집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면 박광온은 결코 원내대표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결선투표까지 갔을 것입니다. 박범계 의원이 갑작스럽게 출마를 선언한 것은 결선투표로 가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친문 박범계의 친명호소에도 불구하고 친명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분열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분통이 터지지만 이재명 대표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공공연하게 분당을 협박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면돌파하는 것은 무모한 도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재명 대표의 신중한 행보가 지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원내대표가 친낙계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6월에 이낙연이 귀국합니다. 박광온의 임무는 이낙연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것입니다. 이낙연을 위한 레드카펫은 비대위입니다. 아마도 친낙계는 비대위를 관철할 때까지 이재명을 계속 흔들 것입니다. 그리고 박광온은 이재명 흔들기의 최전방 공격수가 될 것입니다.

올해 연말 전에 이재명 대표가 사퇴한다면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합니다. 당대표의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일 경우에 중앙위에서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습니다. 즉 내년 1월까지는 비대위로 갈 수 없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건은 이 대표 체제에서 제1당을 만들 수 있는, 총선 승리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 판단의 시점은 연말쯤이 될 것이고, 이 대표에게도 연말까지 시간을 드려야 한다. 만약 연말까지 총선 승리의 희망을 만들지 못하면 당 내부에서 이 대표 체제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고,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비대위로 갈 수 있는 내년 1월에는 '새로운 대안'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비대위 카드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습니다.

금태섭은 추석 전에 신당을 띄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6월에 이낙연이 귀국하면 본격적인 세결집이 시작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기득권세력들은 제3신당으로 압박하면서 비대위를 관철시키려 할 것입니다. 통합전략으로 시간은 벌었지만 분열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통합전략은 미봉책일 뿐입니다. 통합전략은 모르핀입니다. 모르핀으로 고통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암을 치유할 수는 없습니다.

이재명이 당, 안팎에서 맹렬히 공격받는 이유는 그가 여의도의 돌연변이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은 기득권 카르텔에 포섭 혹은 타협하지 않고 청와대에 0.73%까지 근접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가장 비주류에 가까웠던 노무현 대통령조차 재벌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나온 불법 선거자금이 이회창 캠프의 1/10이 넘어가면 대통령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수사 결과 1/10이 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180석 민주당이 개혁에 실패한 이유도 기득권 카르텔에 포섭 혹은 타협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세력들이 이재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재명이 매수되지 않은 자이기 때문입니다. 기득권과 연결되지 않은 진정한 비주류가 그들의 카르텔을 허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재명이 기득권과 연결되면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을 명분으로 민주당의 주류세력과 타협하고 있습니다. 통합은 기득권과 연결되는 징검다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기득권과 연결되면 대통령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으로부턴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SNS에 “박 대표님 말씀대로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썼습니다. 같은 날 박광온 원내대표는 KBS인터뷰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담대한 변화'일까요? 담대한 변화가 없는 견고한 통합은 그저 비겁한 타협일 뿐입니다. 그리고 원칙없는 타협을 흔히 야합이라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live/uRtDeR_SAmE?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