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과한 ‘김건희’ 대응, 검찰 수사 지휘하는 건가 [사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실이 14일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판결’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문을 또 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저지른 이 사건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지난 10일 판결이 나온 뒤 닷새 동안 대통령실은 세 차례나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되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식의 입장문을 반복해 내는 것은 자칫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수사지휘로 비칠 수 있다.
판결문에 적시된 것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0년 10월 이후 2차 주가조작 시기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이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 중 최소 2개가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물론 계좌가 범행에 쓰였다고 해서 김 여사의 공모 관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할 이유만큼은 한층 분명해졌다. 이로 인해 검찰에 철저한 보완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부랴부랴 차단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판결문을 아전인수로 해석해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을 일축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김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작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김 여사가 검찰에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김 여사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여론에는 걸핏하면 ‘가짜 뉴스’ 딱지를 붙이고 있다. 전날인 13일 판결문이 공개되자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에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의 해명을 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사인 시절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개인 변호인을 선임해 처리할 일이다. 더욱이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함께 일한 후배들이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두루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수사지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대통령실이 ‘수사 관여’로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을 공식화한 ‘김건희 특검’에 명분과 탄력을 더해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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