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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사진 배경으로 천주교 여론 호도하시게?

지요안 2022. 2. 12. 21:15

염수정 추기경, 윤석열 면전서 “보복이 이기는게 아냐” 쓴소리

기자명 조현호 기자 
입력 2022.02.11 16:28

윤석열 “보복은 표적두고 하는 것, 정의는 국민 편안케해” 예방한 자리서 서울대교구도 윤석열에 “천주교서 정치발언, 신자들 오해와 혼란 유감” 비판

염수정 추기경이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을 빗대어 “보복은 보복으로 끝나고 보복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해 주목된다.

윤 후보가 이틀 전 정순택 서울대교구 대주교를 방문한 뒤 역대 서울대교구장 사진이 전시된 공간에서 백브리핑하면서 민감한 정치현안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신자들에 오해와 혼란을 줄 수 있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는 11일 내놓은 교구 보도자료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이날 오전 가톨릭대 성신교정 강성삼관에서 윤석열 후보를 30여분 환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배석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전주혜 의원이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에 따르면, 염 추기경의 발언은 윤 후보가 “정치라는 것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며 “결과를 내는 것보다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스포츠하는 사람들처럼 젠틀하게 하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 같다”고 하자 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이에 염 추기경은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통해 하느님께 바라면 뭐든지 하실 수 있다. 두려울 것이 없다. 하느님은 절대적으로 우리를 사랑해주시기 때문에 어려울 때가 많으실텐데, 특히 용서하는 게 어려우실 텐데, 잘하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보복으로 시작하면 보복으로 끝난다. 보복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부부 사이에도 그날 하루가 편안하게 종결이 안 되면, 그다음 날 냉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서울대교구는 전했다.

염 추기경이 이처럼 돌연 ‘보복’이라는 언급을 꺼내자 윤 후보는 “보복이라는 것은 표적을 두고 하는 것이고, 정의라고 하는 것은 국민 전체가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나라가 과거부터 여러 나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우리 위상에 맞게 어려운 나라, 어려운 분들을 잘 돌봐주시길 바라고 또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염수정(오른쪽) 추기경이 11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예방을 받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는 지난 10일 허영엽 대변인 신부 명의로 윤 후보의 서울대교구 내 서울대교구장 사진 배경 백브리핑에 유감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가 전한 허영엽 신부의 발언을 보면, 허 신부는 “윤석열 후보가 어제(9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9층에 있는 정순택 대주교 집무실을 방문해 환담한 후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교구청 2층 로비에서 환담 결과와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며 “윤 후보의 브리핑 장소는 역대 서울대교구장의 사진 전시 공간이었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5분여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이날 환담 결과 외에도 민감한 정치 현안에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윤 후보가 밝힌 입장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입장과 다를 수 있음에도 역대 교구장 사진 전시 공간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뉴스로 접한 많은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오해와 혼란을 줄 수 있었음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고 홍보위원회는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힙 대통령후보가 지난 9일 임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주교를 방문한 뒤 2층로비의 역대 서울대교구장의 사진이 전시된 장소를 배경으로 기자들에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대본부

허 신부는 “앞으로 후보의 행보에 이러한 혼란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를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들 “윤석열 칼끝 문재인 향해, 문 대통령 지켜달라” 성명

한편, 윤석열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거냐는 질의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연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27명의 전직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연명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윤 후보가 현 정부를 수사하고 단죄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삼 강조했는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근거도 없고, 현 정부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막무가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민주당 정부가 검찰권력으로 얼마나 많은 불법을 저질렀느냐’는 주장에 이들은 “당시 검찰총장이 바로 윤석열 후보”라며 “밑도 끝도 없는 억지이고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렇게 노골적인 정치보복을 선언한 대통령 후보는 우리 역사에 없었다”며 “공당의 대선 후보가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는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전두환의 김대중 전 대통령 사형선고, 이명박 정권 시절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들어 이들은 “윤 후보가 국민 가슴 속에 남아있는 아픈 상처와 갈등을 다시 헤집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그 칼 끝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겁박에서 자유로울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들은 “검찰 공화국을 막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달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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