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올라타고 기술을 부리는 나쁜 시키들
(김영식 신부님 페북글)
…등에 올라타고 기술을 부리는 나쁜 시키들
시인 김주대
<‘등’에 대하여 - 국회의 법과 한동훈의 법>
여야 합의로 개정된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이 조항에서 사용된 ‘등’이라는 의존명사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의견이 갈라진다. 국어사전에는 ‘등’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국어사전>
등[等] : 의존명사
(1)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벌여 말할 때, 그 마지막 명사 뒤에 쓰여, 그와 같은 종류의 어떤 사물이나 사실이 열거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말.
예)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등이 있다.
>> 사과 배 감 외에 다른 것(귤, 배, 앵두, 망고...)들도 과일에 해당될 수 있음.
(2)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벌여 말할 때, 그 마지막 명사 뒤에 쓰여, 제시한 대상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
예)이번 폭우로 경기, 강원, 충청 등 세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 피해 지역은 경기, 강원, 충청만 해당됨.
민주당은 국어사전 2번으로 생각하여 입법하였겠지만 한동훈은 ‘등’을 국어사전 1번 해석으로 제멋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 개정 법률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장은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등이 있다.”라는 문장과 더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문장일까, “이번 폭우로 경기, 강원, 충청 등 세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라는 문장과 더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문장일까? 분명히 후자다. ‘등’ 뒤에 조사 ‘이’가 붙고 안 붙고의 차이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여러 번 읽어보시라)
다시 말해 개정 법률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두 범죄를 검사의 수사 범위로 한정하여 놓고 있다. 그런데 한동훈은 교활하게 ‘등’을 해석하여 부패범죄 경제범죄 이외의 더 많은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입법 취지를 완전히 배반하는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하려 한다.
“한동훈 윤석열 등 야비한 두 인간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 야비한 두 인간은 분명히 한동훈 윤석열 두 사람으로 한정된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는 분명히 부패범죄 경제범죄 두 범죄로 한정된다.
(국어사전의 용례에 따라 ‘등’을 설명했지만 사실 애매한 구석이 많다. 본래 같은 말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 말의 이런 특성을 교활하게 이용하여 제멋대로 법기교를 부리는 게 우리나라 검찰이고 판사들이다. 특히 한동훈이 달달 떨고 더듬거리며 법을 설명할 때 말의 그러한 특성을 교활하게 악용하는 것이 잘 보인다. 민주당도 문제다 ‘등’ 때문에 여당과 다툼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때 이미 악용할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고 끝까지 ‘등’이 아니라 ‘중’을 밀어붙였어야 했다. 어리석고 나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