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5년 주기 불안증, 주진형

지요안 2022. 2. 18. 11:43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진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이런 불안감은 1997년 선거때 시작했다. 금융위기 한가운데에서 선거를 했으니 나는 김대중 후보가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김대중은 약 1천 33만표로 9백 93만표를 얻은 이회창에 비해 겨우 40만표를 더 받아 40.3%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다. 만약 이인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금융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치룬 선거라서 나는 당연히 정권심판론에 의해 김대중이 당선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고 그때 나는 매우 놀랐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자각 때문에 나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2002년 선거는 선거일 하루 전 정몽준과 단일화가 깨졌다는 소식을 듣고 불길한 예감에 전전긍긍했다. 투표가 끝나고 첫 출구조사 결과를 아버님과 함께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노무현이 앞섰다고 TV 방송에서 보도했다. 그 뉴스 발표를 보고 아버님이 펄쩍 일어나 소리를 치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기억이 생생하다. 어쨌든, 한번 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때 노무현은 12백 1만표로, 11백 44만표를 얻은 이회창에게 겨우 60만표를 더 얻어  당선되었다. 이 때 노무현의 득표율은 48.9%였는데 혹시 당시 투표율이 70%로 5년 전 80%였던 투표율이 10%나 떨어진 덕을 본 것은 아니었나 싶다. 단일화 결렬로 노무현이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또한번 나는 허를 찔렸다.    

그 다음 선거는 워낙 정동영이 처음부터 열세여서 예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이명박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고 그런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당혹스러웠다.

그 다음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결한 선거에선 설마 박정희 딸을 국민들이 뽑을까 싶었지만 박근혜는 15백 77만표를 얻어 문재인보다 1백 8만표를 더 얻어 당선되었다. 이 때도 이런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나는 일종의 열패감을 느꼈다.  

이런 당혹감은 그 다음 선거로도 이어졌다. 박근혜 탄핵으로 치루게 된 선거였고 상대방 측 후보 역시 너무 말도 안되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압도적인 과반수로 문재인이 당선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냥 압도적으로 이길 줄 알았던 선거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재인은 겨우 41.1%를 득표해 당선되었다. 그에게 표를 준 유권자 수도 13백 42만표로 저번 선거 대비 127만표가 적었는데 나는 이것도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시 한번 더, 투표로 드러나는 한국인의 집단행동 앞에서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국 유권자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집단이다. 결과를 알고 나서 이러쿵 저러쿵 사후적인 설명이야 할 수 있지만 사전적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을 못 하겠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5년에 한번씩 여러번 겪고 나니 이제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수록 기대 보다는 불안감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민주주의 정치란 결국 길거리에서 우리가 만나는 장삼이사, 일반 대중이 같이 모여 나라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믿는 신념에 의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 방식이 왕정이나 귀족정 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중이 내 의견과 다른 것은 차치하고 내 예상과도 다른 결정을 종종 하니 그들에게 판단을 맡겨야 하는 선거가 다가올 수록 점점 더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민주정치에선 불가피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앞을 내다 볼 수가 없어서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 느낄 실망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더욱 커진다. 어떻게 이렇게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사람들이 5년에 한번씩 꼬박 꼬박 대통령 유력 후보로  나타나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이게 반복되는 것에 진저리가 나기도 하지만 아예 이런 불안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수는 없는지도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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