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오염된 혀, 이연주 변호사 페북글...

지요안 2020. 1. 8. 16:47


오염된 혀


2011년 7월경 김준규 검찰총장은 임기만료 40여일을 남겨놓고 있었어.

근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항의하면서 사퇴를 해. 검경 합의안이 국회의결 과정에서 변경된 데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라는 건 포장일 뿐이고, 실은 조폭 패거리처럼 나와바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우두머리를 부하들이 쫓아낸 거야.

홍만표(응, 우리가 다 아는 그 오피스텔 부자 홍만표 맞아)를 비롯한 대검 참모진이 집단으로 사직하겠다는데, 있어 봤자 뭐 하겠어. 식물총장밖에 더 되겠어?

김 총장이 안에서는 “내가 왜 그만 둬야 해” 라면서 절규했다고 하대.

근데 법무부 외청 따위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그 권한으로 법률을 개정하면 당연히 따를 일이지, 뗑깡을 쓰며 사퇴한 게 뭐 잘한 일이야?

그러나 당시 언론은 이렇게 말해

“국가의 최고 책임자조차 서둘러 합의할 것을 압박했고, 그 요구를 받아들여 최대한 양보해 합의했는데 그것마저 뒤집히는 상황에서 김 총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임기를 불과 40여일 남긴 채 세계 각국의 검찰총장들을 서울로 초청해 놓은 자리에서 ‘직’을 내놓아야 했던 김준규 총장의 고뇌와 충심을 후배 검사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아이고, 나는 무슨 검찰 내부 소식지인 줄 알았네

자, 그럼 이런 기사들이 왜 나오게 될까?

난 기자들이 검사들과의 친분 자기장에 걸려 시각이 오염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내가 법조출입 경력이 오래된 기자를 만난 적이 있어. 그런데 이 기자가 대부분의 검사들이 패륜아로 취급하는 조모 검사를 높이 아주 높이 칭송하는 거야.

그 검사에 관련된 일화는 아주 많지만 딱 두 가지만 들면 말야.

한 검사가 자기 방에 불려온 유력피의자의 퇴청을 당시 차장이던 조모 검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가 된통 욕을 들었지.

피의자가 검찰청을 나가는 길에 기자가 좋은 그림을 잡게 도와 줬어야 하는데, 이 검사는 그 차장이 뭘 중시하는지 몰랐던 거라.

차장검사실을 나서던 검사로선 참담한 거지. 본래 업무도 아닌 이런 일로 심하게 까이고.

근데 자신에게는 고래고래 욕하고 소리지르던 그 차장이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너무나 나긋나긋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아 죄송합니다. 바보 같은 검사놈 때문에” 이러는 거야.

한번은 검찰수사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난 물건을 압수수색 절차에서 가져온 거야. 이건 위법수집증거라서 증거능력이 없거든.

담당검사가 조모 차장에게 보고하고 피의자에게 반환하려고 했지. 근데 조모가 “임의제출” 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거여.

피의자를 검찰청에 불러다 놓고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에 대해 “이거 임의제출하시는 거죠”라고 하면 임의제출이 되는 거여? 그럴 리가 없지.

공판에서 피의자가 문제삼았고, 그래서 담당검사가 징계를 받게 생겼어.

그런데 그 조모 검사는 “자네 왜 그렇게 까지 했나” 라며 시치미를 뚝 떼는 거야.

담당검사가 분이 올라서 씩씩거렸어. 다행히도 그 검사실 계장이 메시지함에서 “차장님 지시입니다. 임의제출로 하라는 데요”라는 그 검사의 지시를 찾아서 시치미떼던 차장을 눌러 버릴 수 있었어.

그러면 조모 검사는 왜 기자들에게는 인기폭발일까.

일단 기자들에게 입안의 혀처럼 군다는 거여. 브리핑 중에 형사소송 절차에 관해 지식이 필요한 사항이 나왔단 말야, 다른 검사라면 ‘법조출입이면서 이것도 몰라’ 이런 태도인데, 그 조모 검사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거지.

둘째, 신선한 기사감을 항시 제공하는 거여. 하루 종일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기자들과 통화를 하며, 수사상황을 실시간 중계하거든.

게다가 인간관계를 맺는 테크닉도 있어.

기자들과 한달에 한번씩 등산을 했는데, 등산에서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거여. 그러면 나를 정말 친하게 생각해서 이런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는구나 하며 안 그래도 검사와 친해지고 싶던 기자들이 껌벅 넘어가는 거지.

이렇게 검사들과의 친분자기장에 걸려 기자들의 시각과 혀는 오염되는거여.

어느 언론사는 법조기자의 검찰 편향성이 눈에 띄어 부서를 바꾸게 했대. 근데 새로 옮긴 부서에서도 관련 정부부처에 파견나온 검사들만 만나고 다니더래. 이 기자에겐 인제 검찰이 친정에다가 마음의 고향이 된 거지.

이런 기자들에겐 “내가 왜 그만 둬야 해”라고 울부짖으며 쫓겨난 검찰총장이 고뇌와 충심에 가득찬 자기희생을 한 게 되고, 형사소송법에 정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법칙을 무시하고 부하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검사가 세상 훌륭한 검사인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