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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버찌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김포조각공원...

지요안 2010. 6. 14. 21:30

 

 

2010.6.14 12:40 김포조각공원.

싱겁게 애기봉을 나와 군하리로 나오다가 택시기사에게 인근의 김포조각공원행을 주문했는데

군하리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의 애기봉까지 택시비가 7,600원으로 왕복 16,000원 소요.

참고로, 애기봉엔 걸어서 올라갈 수는 없고 반드시 차량을 이용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데

우린 택시를 이용하여 올라갔고 주차비인지 입장료인지 2,000원을 징수하더군.

 

아무튼, 새벽에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는 김포조각공원엔 월요일이어서인지

아무도 없는 적막강산이었고 습한 기운이 남아 약간 더위를 느꼈어.

공원 초입에서 인부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다가

뭔가를 내주기에 무심코 받아보니 까맣게 잘 익은 벚나무열매 즉 버찌더라구.

약을 치지 않았으니 염려 말고 그냥 먹어도 된다기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에 넣으니

그 쌉쌀하며 달착지근한 게 아주 갈칠 맛이 나더라니까.

 

약간 경사진 호젓한 길을 오르는데 주위는 온통 벚나무였는데

손에 잡힐 만큼 낮게 드리운 나뭇가지엔 버찌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게 아닌가?

어릴 적 혜화동 대신학교에 올라가 혓바닥과 이빨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재미있게 따먹던 생각이 나면서 어느새 손놀림이 분주해지고 있었지.

와아, 이게 웬 떡이냐? 오늘 아주 땡잡은 날이로구나! 하면서

우린 동심에 젖어 정신없이 20여 분간 버찌 삼매경에 푹 빠지고 말았던 가야.

배가 부를 정도로 버찌를 따먹은 후에야 조각공원 속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텅 빈 공원 전시관 앞엔 우릴 놀리듯 이렇게 적힌 플랭카드가 걸려있더라니까 글세..

 

<< 조각공원 전지역에 농약(살충제 및 제초제)을 살포하였으니

식용식물(쑥, 냉이 등)을 채취하는 행위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흐미! 아까 잔뜩 먹은 버찌...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듯싶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으니

그게 다 오늘 새벽까지 요 며칠간의 잦은 비에 농약이 다 씻겼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2007. 5월 하순에 한번 다녀간 곳이었기에 전혀 낯설지 않은 공원을 이리저리 배회하다

군하리까지 걸어 내려와 아까 봐두었던 고상선소머리국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지.

진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고기가 아주 맛이 있었던 소머리국밥은 6천원으로

혹시 이 부근에 가실 일이 있는 분이라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메뉴여...^^

 

 Slowly, Ann Marg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