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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행기Ⅲ]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지요안 2010. 4. 13. 20:00

 

 

2010.4.9 토요일 04:30 장터목대피소.

별이 총총한 하늘엔 여인네 눈썹 같은 달이 걸려있는 어둠속을 헤집고 헤드랜턴이 이끄는 대로

1.7Km 거리의 천왕봉으로 향했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가파르고 험한 것도 험한 것이려니와

잔설이 남아 얼어붙은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가파른 바위와 바위사이엔 완전 빙판으로 그야말로 미끄럼틀 같았는데

난간을 잡고 바위 사이를 오르던 마리아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쭉 미끄러졌다.

바짝 뒤따르던 내가 깜짝 놀라 얼결에 왼발로 막아 가까스로 멈춰 섰기에 망정이지

만약 쭉 미끄러졌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도 남을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어렵사리 오른 천왕봉엔 이미 한 무더기의 등산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고,

일출시간은 06:05분이라 했는데 06시에 이미 벌건 태양이 지평선너머로 반쯤 올라오고 있었다.

지리산천왕봉 일출광경을 보려면 3대에 걸쳐 공덕을 쌓아야만 한다는데...

아마도 우리 조상들이 많은 공덕을 쌓은 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내 자식들을 위하여 덕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하며 06:15분경 하산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중산리로 내려오는 도중에 그렇게 화창하던 하늘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08:15분경, 꼭대기에서부터 아래로 짙은 안개가 몰려 오다가 급기야는 안개비를 뿌리는 게 아닌가?


08:50분경 법계사를 지나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였고

09:50분경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중산리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당초엔 자연학습관으로 가서 법계사셔틀버스를 이용하여 거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코스를 잘못 선택하여 칼바위코스로 하산함으로써 마리아로부터 엄청난 구박을 받았다.

아무튼, 지친 탓으로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하산 길이었지만 

로터리대피소에서 2Km지점의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피곤함이 싹 가시더라.

덕분에 1.3Km를 가볍게 걸어 13:40분경 중산리야영장, 14:10분에 중산리탐방안내소에 당도하였는데

버스를 타려면 1.7Km거리의 중산리버스주차장까지 더 내려가야 한다니 이게 우찌된 일인가?

잔뜩 부어버린 마리아를 달래어 내려오니 14:45분으로 14:50분발 진주행 시외버스를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산행거리 : 8.8Km (장터목-1.7-천왕봉-5.4-중산리-1.7-버스주차장)

소요시간 : 10시간15분 (04:30 ~ 14:45)

 

4/9~4/10 2일간 산행거리 : 14.6Km (15시간55분 소요) 

 

 Melody of Love, Bandari


▲출발 전 장터목대피소에서...

▲출발...

 

▲큰일 날 뻔했던 그 장소...

▲황홀한 일출...

▲작은 빙폭?

 

▲이름모를 새도 우릴 반기네...

▲로터리대피소...

▲조졸한 아침 - 햇반 한 개, 쌀국수 한 개, 약식 두 개, 김치...

 

▲다람쥐도 우릴 반기네요...

 

▲칼바위...

▲중산리 야영장...

▲중산리 탐방안내소...

▲중산리 버스주차장...

▲진주행 시외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