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곳에...

나 살던 고향, 행동하는 민중시인 정태춘...

지요안 2007. 10. 23. 11:01

정태춘에 대해선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혹시 생소하게 느낄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초기의 <촛불> 같은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던 정태춘이 어느 시점부터 민중들의 삶에 깊이 끼어듭니다.

어느 곳이던 약자들의 저항이 있는 곳에선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각설하고, 한동안 동남아지역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로 도마 위에 올랐던
못난 한국인들도 있었습니다만, 이보다 훨씬 앞서서 그 원조격인 일본인들의 기생관광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노래는 그런 일본인들의 기생관광을 비꼬는 노래가 되겠습니다.

물론 내버려진 우리들의 자존심을 꼬집는 노래도 될 것입니다.

 

그의 8집 앨범 <92년장마, 종로에서>에 수록된 이곡은 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라는 시에다
정태춘이 곡을 붙여 <나 살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1993년 발표된 곡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곡의 전주곡 부분이나 전체적인 멜로디가 약간 왜색조 비슷하기도 하고
소위 뽕짝 기분도 나는 게 작곡자가 조롱하기로 작심하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계속하여 정태춘의 신랄한 사회비판적 음악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그 주옥같은 곡들의 감상은 잠시 뒤로 미루로 오늘은 의미심장한
<나살던고향>을 감상해 보기로 합니다.

 

?♪♬

나 살던고향

(곽재구 시 / 정태춘 곡, 노래) 

 

육만엥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음~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 잡이 나온 일본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엥이란다

아~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릿빠나 모노데스네

(りっぱなものですね)

릿빠나 모노데스네

개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 값이면 조선관광 다 끝난단다

음~ 육만엥이란다,

아~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릿빠나 모노데스네

릿빠나 모노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호텔 사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 가시내들

서비스 한번 볼만한데 음~

환갑내기 일본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박스 가득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나니나(좆돼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