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곳에...

[불세출의가인-조용필Ⅱ] 킬리만자로의표범...

지요안 2007. 4. 21. 11:00

*파란블로그(음악이있는응접실|2007/04/21 10:56)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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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표범'
은 철학적이고도 난해하다.

대중가요치곤 지나치게(?) 난해하고 철학적인 가사의 이 노래를 듣다보면

나약함 속에서도 절망을 넘어 희망을 느끼게 된다.

 

결국 '킬리만자로의표범'이 뜻하는 것은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실의 안일한 이익만을 �지 않고

부단히 정상에 오르기 위해 역경을 딛고 노력하는 모습,

즉, 설사 그토록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끝까지 노력하고 정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삶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을 질타하고

강인해져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노래의 노랫말은

작사가인 양인자님이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당선되는 날을 위하여

당선소감으로 미리 적어놓았던 글이라고 하는데,

후에 남편인 작곡가 김희갑 씨의 곡에 붙여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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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표범 (작사:양인자,작곡:김희갑)

(대사)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노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대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노래)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대사)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노래)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라 라 라 라 ~

 

<펌글>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1950년 3월 21일 가수 조용필이 출생했다. 1968년 데뷔한 그는 40년째 ‘20세기 최고의 한국 가수’로 무대에 서고 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은 그가 1985년 12월 발표한 8집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다.

암울했던 1980년대 초 ‘창밖의 여자’ ‘친구여’조용필의 노래는 한국인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 식으로 말하면, 2%가 부족했다.

광주에 절망한 대학가나 운동권에서 그는 아직 국민가수가 아니었다.

여전히 딴따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 2%를 채웠다.

회한이 아닌 의지, 도피가 아닌 초월의 열망으로 절절한 노랫말은 조용필의 애끓는 목소리에 실려 우리 가요를 다른 차원에 들어서게 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양인자는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내년에는 반드시 당선하겠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미리 당선소감으로 이 문장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표범헤밍웨이의 명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표범이다.

헤밍웨이<그런 높은 곳에서 그 표범이 무얼 찾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오늘 밤에도 어느 거리의 노래방에서 한국의 남녀들은 목청껏 외칠 것이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하종오기자 joh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