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풍진 세상 즐겁게...

나의 애마(愛馬) 편력(遍歷)기...

지요안 2007. 7. 1. 13:58

지난 6/3일 이후로 실로 근 한 달 만에 글을 올리나 봐.

날이 하도 무덥기도 하려니와 당최 몸이 찌부둥한 게 도무지 움직이는게 귀찮다 보니...

흐흐, 죽으면 늙으라고 했으니 이럴 때 갈 곳이라곤 딱 한 군데 밖엔 없긴 한데....^^

 

각설하고,

특별히 준비한 것도 없거니와 빈둥대기도 뭣하여 나의 애마(愛馬)편력기나 소개하려 해.

 사진이 많지 않아서 수 많은 사진첩을 뒤져가며 간신히 끄집어낸 사진들이야.

 

내가 난생 처음 마련한 애마는 87년3월식 금색 르망이었는데 이놈을 처음 마련하고 나서

얼마나 좋았던지 시도 때도 없이 베란다 창밖으로 내려다 보며 감시하기 일쑤였지.

 

그런데도 어느날 새해 첫 출근날 아침, 눈이 쌓인 주차장에 나와 보니

누군가가 운전석 문짝을 박살내고 그냥 가버렸지 뭐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찌 그리 양심도 없던지 새해 첫날부터 김이 팍 새더라구.

그때는 지금처럼 차가 많지 않아서 주차 걱정은 크게 하지도 않았던 때였는데...

 

좌우간, 이 녀석을 가지고 강원도의 오지는 물론이고 충청도 내륙에서 서해안 어촌마을까지,

저 아래 남도의 부산을 비롯하여 해남땅끝마을까지 거의 전국을 누비고 다닌 것 같어.

그 악명높던 대관령고개도 수 없이 넘나들었지...

 

그러다가 이 녀석이 갑자기 파업을 하는 바람에 수 없이 골탕을 먹기도 하였고...

캬브레이터 방식의 자동차라  그런 건지 늙어져서 그런 건지 시동이 자주 꺼져서

허약하기 짝이 없는 내아내 마리아가 차를 미느라고 엄청 고생도 했지.

 

어느해 여름엔 미시령을 넘어오다가 이 녀석이 그만 더위를 먹고 탈진하였는데,

차량에 대한 정비지식이 없다 보니 대략난감할 수 밖에...

간신히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냉각수를 붓는 등 열을 식히고

살살 달래면서 간신히 돌아온 적도 있었어.

 

지금도 우연히 그시절 얘기가 나오면 아내 마리아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곤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썽꾸러기 녀석을 1999년 사망신고를 하려니 정말 섭섭하더라구.

외양도 멀쩡하고 성능도 괜찮은데 그만 배기가스검사에서 불합격되고 말았던 거야.

엔진보링인가를 해야 한다는데 그게 그때 돈으로 자그마치 50여만원 든다니 어쩌겠어?

 

지금은 대학생이 된 마르타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나 10여년 고락을 같이 한 녀석이다 보니,

그냥 보내기가 너무도 섭섭하여 엄숙하게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보냈지.

 

 <91.4.-포천성묘길에서, 저 꼬마가 지금은 대학생>

 <95.10.08.-김포들녁 메뚜기사냥,저 아낙 기쁨조 아녀?>

 

 <95.10.08.-김포들녁 메뚜기사냥, 지금은 공무원인 아들과 대학생 딸>

<99.03.25.-폐차하던날 기념촬영>

<99.03.25.-폐차하던날 기념촬영>

<99.03.25.-폐차하던날 기념촬영>

 

휘발유 냄새만 맡아도 굴러간다는 말에 속아서 또는 부장님도 탄다는 광고에 현혹되어

기름값도 절약하고 애국자도 될 겸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작은 중고차 티코를 샀어.

그러나 쪼만한 것이 생각보다 기름을 많이 먹더라구.

 

그건 그렇구, 이 티코가 그만 사고를 내고 말았네그려.

아마 그때가 추석연휴 마지막 날로 기억되는데 앞에서 세번째 쯤에서 신호대기 중에

느닷없이 쿵!하더니 맥놓고 있던 내차가 앞차를 들이받고 있는 거야.

 

나중에 보니, 지방에서 귀향하던 젊은 친구가 얼마나 피곤했던지

그냥 논스톱으로 뒤에서 들이받은 것인데 앞 뒤로 범퍼가 작살났지.

'에구, 이러다간 제명에 못죽겠구나!' 하고 당장 바꾸어 버렸어.(99.4.~2000.10.)

 

<2000.8.27.-프란치스코 군 면회-평택 해군제2함대, 파란색 티코의 유일한 사진>

<2000.8.27.-프란치스코면회-제2함대, 꽁무니만 간신히 보이네>

 

평소부터 갖고 싶던 1993년식 구형 코란도밴을 광명시까지 가서 어렵게 구했어.

정말 내가 그 차에 쏟은 정성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봐도 참 아련해.

쌓아놓은 부속으로 아마 새차 한 대는 족히 만들고도 남았을 거야.

하도 부속품이 귀하여 폐차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중엔 아예 그게 취미가 되어버렸거든.

 

시간만 나면 폐차장을 뒤지고 다니는 거야 글쎄, 내가...

무엇이던지 뜯어오고 훔쳐오고 사오고 하여 그러잖아도 비좁은 집이고 차안에 잔뜩 모아두었지.

그야말로 자동차 부속품상이랄까 아니면 차라리 고물상 같았어.

정말 멋있는 차로 아끼던 차였는데, 궤짝 같이 높고 계단이 있어도 타기 힘들고 승차감도 없고,

두 사람 밖에 못타서 불편하다는 마리아의 투정에 4년 타고 바꿨어.(2000.10.~2004.10.)

 

 <2002.11.02.-멋진 코란도, 강화도에서...>

<2003.04.20.-결혼기념여행, 새만금방조제 공사현장>

<2004.08.13.-강원도 인제,설악산 밑 은비령산장에서...>

 

다시 같은 년식의 5인승 코란도훼미리를 가져왔는데 이거야말로 궤짝 같이 정말 튼튼하게 생겼더라구.

오죽하면 아내는 물론이고 딸 마르타가 시큰둥해 하는 거야.

어쨋거나, 학원하던 사람이 카니발로 차를 바꾸면서 내놓은 차로 외양은 그저그런데 엔진이 참 좋았어.

 

솔직히 멋진 애마를 보내고 난 후 나도 크게 동하진 않았지만,

그저 좌석과 화물칸이 넓고 튼튼한 거 하나만 보고 맘놓고 싸돌아다녔지.

강원도 오지의 오프로드를 서너번 왕복하였고, 여러번에 걸쳐 서해안 주변과 변산반도를 누볐거든.

2005년 결혼기념여행엔 지리산, 구례, 하동을 거쳐 여수 오동도까지의 긴 여정에도 끄떡없더라니까 글쎄...

그런데 아내 마리아가 이젠 좀 깨끗하고 쓸만한 차를 장만하자고 부추기지 뭐야.

그래서 쓸만한데도 불구하고 한 1년여 타고 또 바꿨어.(2004.10.~2006.1.)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그렇다고 해서 중고차 타는 재미를 터득한 마당에 내가 새차 살 위인은 못되고 해서

성남까지 가서 97년식 무쏘를 사왔는데 스틱이지만 외관도 깨끗하고

ABS브레이크에 선루프, 루프캐리어, 사다리까지 갖춰진 풀옵션이었지.

그러나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꾸만 하자가 생기는 바람에 결국 엔진만 빼고

중요 부속을 다 교환하다시피하여 300여만원 들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지....

이제 2년째 접어드는데 잘 나가던 요녀석이 요즘 또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네 그려.

삼바리까지 갈았는데 기아 변속이 매끄럽지가 않으니 조만간에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어, 헐! (2006.1~현재)

 

<2007.02.10.-석모도행 선상에서-에구,추워!>

 

이상 지금까지 요안이 타오던 애마편력기였습니다요...

 

■ 배경음악은 John Denber'Take Me Home Country Roa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