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여행기]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둘이서 맞는 27회째 생일.
천재음악가 송창식이 그토록 애절하게 불러대던 동백꽃이 하도 좋다기에
벼르고 벼르던 차에 마음먹고 선운사로 향했어.
아마 2년 전인 25회째 해일 거야.
섬진강 따라 꽃구경 갔더니만 그해 따라 유난히도 꽃이 늦어져
그 유명하다던 쌍계사 벚꽃은 구경도 못하고 앙상한 가지만 보고 말았었지.
다행스럽게 지리산자락의 산수유마을에서 산수유 꽃으로 그럭저럭 때우긴 하였지만,
그렇게 망가진 꽃구경길이 너무도 억울해서 여수 오동도로 가서 동백꽃을 실컷 봤지.
각설하고,
선운사를 창건했다는 검단(儉旦)선사의 선견지명 탓인지 선운사 터는 풍광이 참 좋더군.
그래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걸까?
높 잖은 지형에 사방이 아기자기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야말로 명당이더라 이거지.
선운사 경내를 한 참 돌아보다가 뒤쪽의 동백 숲으로 갔어.
그러나 잔뜩 기대했던 선운사의 동백꽃은 오동도의 동백꽃보다는 못한 것 같더라구.
시기적으로 좀 늦은 탓인지 이미 한 물 간 상태더라니까...
아무튼 그런대로 동백꽃은 감상했으니 만족하기로 하고 선운산을 돌아보기로 했지.
그런데 아내도 무릎이 신통찮으려니와 지난번 성지순례에서 무리수를 둔 탓인지
나도 왼쪽 고관절이 신통찮기는 마찬가지인지라 가벼운 산행만 하기로 했지.
그러나 마애불만큼은 보고 가기로 하고 도솔암을 지나 마애불을 찾아보니
이 역시 석모도 보문사의 마애불만 못하게 느껴지더군.
흔히 <풍천장어에 복분자면 요강이 깨진다!>는데 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선운사아래엔 소위 원조라는 풍천장어집들이 무수히 널려 있지 않은가 말씀이야.
미리 스크랩했던 연기식당에 전화로 위치를 물으니 바로 바다와 인접한 선운사 입구에 있다더군.
그러나 어이없게도 40년 되었다는 그곳에서도 요즘엔 풍천장어는 없고 모두가 양식장어라는 거야.
어찌되었거나 맛만 좋은 양식장어(15,000원) 2인분에 복분자술(10,000원) 두 병을 가볍게 비웠지.
식당에서 잡아 준 모텔사람이 와서 무료로 대리운전을 해주더군.
그럼 내일은 청보리밭축제에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려오.
선운사
(작사,작곡,노래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repeat)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선운사 동구(洞口) -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었고 /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껏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상기도=오히려)
◆펌글
1970년대 초 어느 늦가을 오후. 미당 서정주는 선운사 고랑을 지난다.
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이다.
선운사 버스 정류장에 우산도 없이 홀로 서서 이슬비를 맞는다.
때마침 선운사 동구 너머 주막집이 눈에 든다.
뜨끈한 방에 들어앉아 익어 쉰 김치접시 앞에 두고 막걸리를 퍼마신다.
40대 중반의 주막집 여인은 육자배기 한 소절 청하는 나그네의 고집에 못 이겨 나직이 소리를 한다.
이듬해 미당은 이곳을 다시 찾았다.
주막은 오간데 없다.
막걸리 집 여자도 사라졌다.
<<술 팔고 창도 곧 잘하던 그 여자는 말년에 스산한 신세를 아편에 의탁하다가
아랫동네 감나무 밑에서 죽었다>>
고 마을사람들이 전할 뿐....
미당은 읊었다.
그리움에 목말라 서럽게 노래했다.
<고창=하정은 기자>
(사진 실제촬영일 : 2007.4.19)
선운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화려한 겹벗꽃나무?
영화 남부군 촬영지
도솔산 선운사 입구
선운사 정문 천왕문
선운사 만세루(전라북도 유형문화제 제53호)
선운사 대웅보전(보물 제290호)
선운사 육층석탑
팔상전
선운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84호)
선운사 승가대학
도솔산 선운사종
선다원
선운사정문 천왕문
도솔암
도솔암 대웅전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
장사송(천연기념물 제354호)
내가이름붙인 궁둥이바위
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
풍천장어에 복분자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