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말이야 귀가 아프게 듣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일용직 일자리마저 풍족한 것 같지도 않다.
소위 노가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쪽 사정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란다.
그러나 지금보다도 훨씬 일자리가 열악했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아주 못 살던 시절, 바로 그 시절 말이다.
마침 그 못 살던 시기인 1960년대 초반의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노가다인생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이름 하여 '열두 냥짜리 인생'으로 가사가 참 재미있긴 하지만
'우리가 놀고 싶어 노나?'라는 대목에선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만다.
이 노래는 1963년에 KBS 라디오 드라마 '열두 냥짜리 인생'의 주제가로서,
노가다인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구전노래를
드라마 작가가 다듬어서 주제가로 썼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노래는 블루벨스라는 4인조 남성 중창단이 무반주로 취입하였다는데,
그게 우리나라의 가요 사에서 아카펠라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재미있는 노래는 그 후에도 봉봉4중창단, 쟈니브라더스, 삼태기 등
많은 유 무명 가수들이 앞 다투어 취입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 블루벨스, 봉봉의 곡은 구할 수 없으니
부득이 삼태기의 곡으로 감상해 보기로 한다.
열두냥짜리 인생
*(에헤헤헤 헤헤헤헤헤 /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1.
사랑이 깊으면 얼마나 깊어 / 여섯 자 이 내 몸이 헤어나지 못하나
하루의 품삯은 열두 냥인데 / 우리 님 보는 데는 스무 냥이라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 너 좋고 나 좋으면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2.
*
사랑이 좋으냐 친구가 좋으냐 / 막걸리가 좋으냐 색시가 좋으냐
사랑도 좋고 친구도 좋지만 /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더라
**
3.
*
술잔에 넘는 정은 재어나 보지 / 우리 님 치마폭은 재일길이 없어
천금을 주고도 못 하는 이 정 / 열두 냥 내놓고서 졸라를 댄다
**
4.
*
우리가 놀면은 놀고 싶어 노나 / 비 쏟아지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비 오는 날이면 님 보러 가고 / 달 밝은 밤이면 별 따러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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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막걸리예찬론자다. 비록 일천한 나이지만, 주당에 버금갈 만큼 술을 즐긴다. 그동안 이것 저것 각양각색의 술을 마셔봤지만 아직까지도 막걸리보다 좋은 술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만큼 막걸리를 엄청 좋아한다. 마침 열두냥짜리인생과 막걸리에 대한 솔직한 기사가 있어 아래에 퍼 올린다. 공감하던지 말던지 그건 각자의 취향이겠지만, 우리술 막걸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주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아래의 글 잘 음미해서 읽어보시길 권고하면서...
■ 펌글 지금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술이 소주가 되었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막걸리였다. 영화를 보아도 서민들의 술집에서는 으레 양은으로 된 대접에 그득그득 막걸리가 부어진 화면이 나왔다. 아마 40대 후반만 해도 주전자 들고 막걸리 받으러 심부름 다녔던 기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다른 술에 비해 탄수화물이 많아 든든한 요기까지 되었으니 서민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으나 카바이트 막걸리 사건이니 쌀막걸리 금지니 하여 술맛 떨어지는 일들만 생기고, 효모가 살아있는 발효주이다 보니 여름날에는 유통 중에 상해버리기 일쑤였다. 그 틈에 소주가 서민들 옆으로 치고 들어왔다.노래에도 60년대까지는 막걸리가 가끔 등장한다. 63년 김희창이 쓴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였던 ‘열두냥짜리 인생’은, 50대 이상이면 기억이 날 노래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설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고, 작가가 알고 있던 구전가요를 조금 다듬어 주제가로 그냥 썼다고 한다. 구전가요를 가져다 쓴 친근한 가락과 선율 덕분에, 이후에도 구전가요처럼 널리 불렸다.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너 좋고 나 좋으면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사랑이 깊으면 얼마나 깊어/ 여섯 자 이 내 몸이 헤어나지 못하나/ 하루의 품삯은 열두 냥인데/ 우리 님 보는 데는 스무 냥이라/ (1절)
사랑이 좋으냐 친구가 좋으냐/ 막걸리가 좋으냐 색시가 좋으냐/ 사랑도 좋고 친구도 좋지만/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더라/ (2절)
술잔에 넘는 정은 재어나 보지/ 우리 님 치마폭은 재일길이 없어/ 천금을 주고도 못 하는 이 정/ 열두 냥 내놓고서 졸라를 댄다/ (3절)
우리가 놀면은 놀고 싶어 노나/ 비 쏟아지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비 오는 날이면 님 보러 가고/ 달 밝은 밤이면 별 따러 간다/ (4절)
구전가요는 민요처럼 씹을수록 맛이 나는 가사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살아남을 리 만무하다. 노래를 듣고 있기만 해도 이른바 ‘노가다판’ 막걸리집 분위기가 눈에 선하다. 막걸리 마시는 분위기는 늘 이렇게 왁자하고 서민적이다. 안주도 그저 김치와 두부, 간단한 밀전병, 도토리묵 같은 보통 반찬이면 족하다.
깔끔하고 상큼한 술을 바라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따라 막걸리는 점점 위축되었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포천막걸리니 서울막걸리니 따지며 마시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등산로마다 막걸리 파는 집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다른 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마치 생맥주집처럼 막걸리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다루기 어려운 술을 하지만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맛보기 힘든 맛있는 술을 어떻게든 새로운 시대와 접목시켜 보려는 노력이 읽혀서 반갑다.
〈이영미/대중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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